“16강 갔으면 청문회 없었다”…고개만 숙였던 정몽규·홍명보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7월 31일, 오전 08:53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국회 청문회에서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책임을 묻는 말에는 해명과 방어로 일관했다. 말로는 사과했지만 무엇을 잘못했고,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협회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반성보다는, 월드컵 성적 부진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특히 정 전 회장은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면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비판을 자초했다. 축구협회가 국민적 신뢰를 잃은 원인을 단순히 대표팀 성적으로 돌리는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

정 전 회장은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청문회에서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다면 청문회가 열렸을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묻자 “안 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번 청문회는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과 정 전 회장의 비정상적인 4연임 추진, 축구협회의 불투명한 의사 결정 및 행정 난맥상 등 운영 전반을 검증하기 위해 열렸다. 단순히 이번 월드컵에서의 부진한 성적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정 전 회장은 이번 청문회가 열린 직접적인 원인을 월드컵 성적으로 돌렸다. 결과만 좋았다면 협회에 얽힌 문제 제기도 없었을 것이라는 잘못된 현실 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임 의원은 곧바로 “16강 진출의 문제가 아니다”며 “축구협회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청문회”라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은 정몽규 전 회장이 이끈 지난 13년 동안 축구협회가 ‘사조직’처럼 운영돼왔다고 질타했다. 축구협회가 2년 전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에 따른 징계 요구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 정 전 회장을 위한 사적인 대응이라거나, 문체부 차관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축구협회 부회장을 맡은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4연임 도전 과정에서 약속했던 50억 원 기부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부 여부를 거듭 묻자 정 전 회장은 즉답을 피하다가 결국 “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축구계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내놓은 약속이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이유나 향후 이행 계획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축구협회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유지하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상업·마케팅 자문위원회 부위원장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 등 직책에 대해서도 자진 사퇴 대신 협회 차기 집행부 결정에 떠넘겼다.

정 전 회장은 “자리에 연연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새 회장과 집행부가 구성되면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말로는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본인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지 않고 남에게 맡기는 ‘무책임’을 드러냈다.

정 전 회장은 “재임 기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일련의 논란과 월드컵 결과가 미흡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면서 “책임감을 통감하고 국민과 축구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 대해 송구스럽다”고 언급했다.

홍 전 감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홍 전 감독은 “월드컵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대부분 비판에 대해선 “잘못된 것이 아니다”,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특히 논란의 핵심인 감독 선임 절차와 관련해선 “전력강화위원회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제안한 것이라 생각했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임생 전 축구협회 총괄이사를 집 앞 카페에서 만나 감독직을 제안받은 데 대해서도 “국민이 불투명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면서 “특혜나 이익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국민에게 그렇게 비친 부분은 송구스럽다”고 사과했지만, 절차상 잘못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고액 연봉 수령 의혹도 반박했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프로팀) 감독 시절 15억 원대 연봉을 받다가 국가대표 감독으로 오면서 38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고 하자, 홍 감독은 “계약상 여러 가지 법적 조항이 있어 액수를 직접 밝힐 수는 없지만, 38억 원은 절대 아니다”고 일축했다. 협회 직원 채용 과정에서 측근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단호히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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