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눈길을 끌었던 발언이 있다. 협회를 비판해 온 젊은 축구인들에게 “밖에서 쓴소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조직 안으로 들어와 직접 바꿔달라”고 했다. 그의 발언이 기득권의 방어 논리를 넘어 한국 축구 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최근 유튜브 등을 통해 대한축구협회와 한국 축구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 전 국가대표 이천수. 사진=연합뉴스
홍 전 감독은 최근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협회를 비판한 이천수, 김영광 등 국가대표 출신 후배들의 발언을 두고 “협회가 그런 목소리를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고 인정했다. 이어 “문제를 알고 있다면 현장에 들어와 직접 노력해 바꿀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으면 한다”며 “젊은 축구인들이 협회 안으로 들어와 어려운 점을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전 감독의 발언은 양면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협회 내부 문제를 지적한 후배들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축구협회가 외부의 비판을 수용할 통로를 충분히 열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들어와서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내부 진입 자체가 학연과 인맥에 좌우된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변화를 위해 축구인들이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문제 제기까지 외면하기는 어렵다. 팬들은 협회의 결정과 대표팀 성적을 자유롭게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다. 팬에게 행정적 책임이나 현장 참여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가대표와 프로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고 축구를 통해 영향력을 얻은 인사라면 위치가 다르다.
일부 유명 축구인들은 협회가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유튜브 카메라 앞에서 실명과 ‘카르텔’을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지적은 날카로운 지적은 여론을 환기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회 수 높은 비판이 곧 개혁은 아니다. 정작 유소년 육성과 지도자 교육, 행정 시스템 개선, 제도 설계처럼 직접 손에 흙을 묻혀야 하는 작업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비판의 진정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마이크는 가볍지만 책임은 꽤 무겁다.
축구계 인사들이 모두 협회 임원을 맡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기술위원회와 각급 대표팀 지원, 유소년 정책, 선수 권익 보호, 지도자 교육 등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은 다양하다. 외부에서 비판하더라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고 제도 개선 과정에 힘을 보태야 한다. 축구계 선배와 스타 출신들이 권한은 원하면서 책임은 피하는 모습을 반복한다면 한국 축구의 낡은 구조도 달라지기 어렵다.
물론 먼저 움직여야 할 곳은 축구협회다. 공개 모집과 투명한 인사 기준을 마련하고, 비주류와 젊은 축구인들이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야 한다. ‘들어와서 바꾸라’고 말하면서 기존 인맥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홍 전 감독의 발언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반격에 그칠 뿐이다.
관건은 말 이후의 행동이다. 홍 전 감독의 제안이 조직 개방과 세대교체, 책임 있는 참여로 이어진다면 한국 축구 개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협회는 그대로 있고 밖에서 말만 오간다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한국 축구는 지금 비판하는 사람보다 책임지고 바꾸는 사람이 더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