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멈춰선 프로야구. © 뉴스1 김기태 기자
역대급 폭염에 프로야구가 멈췄다. 5일과 6일 열릴 예정이던 잠실, 인천, 광주, 대구, 부산 등 5경기가 결국 모두 취소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리그 중단에 대해 "안전을 고려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장시간 불볕더위에 노출된 선수와 관중이 사고를 당할 가능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차원이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데 이견은 없다. 갈수록 심해지는 폭염에 대비해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문제는 그 기준이 충분한 검토와 고민 끝에 만들어졌느냐는 것이다.
리그 중단까지의 타임라인을 돌아보자. 지난달 말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같은 달 31일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선수들이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보였다.
이에 김태형 롯데 감독 등이 불만을 드러냈고 다음 날인 1일, 부산과 창원 경기에 대한 폭염 취소가 전격 결정됐다. 이와 함께 상황에 따라 경기 개시 시간을 최대 1시간까지 지연할 수 있다는 내용도 함께 발표됐다.
그다음 날인 2일 창원 경기는 연이틀 취소됐지만, 부산 경기는 30분이 지연 개시됐다. 이에 김태형 감독은 "그라운드에 내려와 보라"며 다시 한번 분통을 터뜨렸고, 롯데 구단은 경기장 지열 등의 자료를 내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 © 뉴스1 구윤성 기자
그리고서 하루를 쉰 4일 오전, KBO는 '강화'된 대책을 발표했다.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지역의 경우 당일 오후 1시 전까지 경기 취소를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대책이 발표된 지 1시간 뒤 잠실과 광주 경기가 취소됐다. 오후 12시 45분에 경기 취소가 발표된 사상 초유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정작 광주는 저녁 들어 기온이 내려가고 비까지 내리며 경기 개최가 가능한 환경이 됐다.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지만 비 예보 역시 있었기에 예측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반면 폭염경보가 발효된 인천에서는 경기가 정상 진행됐고, 관중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상 특보만을 기준으로 삼은 획일적인 운영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였다.
안전을 강조하고도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자 KBO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결국 5일 '리그 중단'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광주, 부산 등 남부지방의 경우 문제없이 경기할 수 있을 정도로 무더위가 한풀 꺾인 날씨였다.
KBO는 6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고 혹서기 리그 운영 방침과 안전 대책을 원점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행위원회 당일 결론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리그 중단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허구연 KBO 총재. © 뉴스1 김진환 기자
KBO는 이미 2019년부터 기상청의 특보 발령 기준에 따른 경기 취소 여부 검토를 명문화했지만, 2024년 4차례의 폭염 취소를 제외하곤 거의 적용하지 않았다. 올해 역시 기록적인 폭염이 예보됐고, 후반기 시작 후 현장의 우려가 이어져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다 실제 선수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여론이 들썩이자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마저도 빈틈이 많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끝에 리그 중단 사태까지 초래하게 됐다.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이번 리그 중단 역시 선수와 관중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선제 대응은 '먼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하는 것'에 기본 바탕을 둬야 한다.
시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준을 고치고, 현장 반응에 따라 대책을 바꾸고, 결국 리그를 멈추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KBO가 내세운 '선제 대응'과는 거리가 멀었다. 실행위원회에서는 임시방편이 아닌,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폭염 대응 기준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천만 야구팬이 지켜보고 있다.
starburyn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