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임시 사령탑 체제로 2026년 일정을 소화한다. 임시 감독이지만,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뉴스1 임세영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은 2026년부터 A매치 규정을 일부 변경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연간 5차례 주어지던 A매치 기간을 4차례로 축소한 것이다. FIFA는 기존 9월과 10월에 각각 나눠 쓰던 A매치 기간을 묶어 최대 4경기를 치르도록 변화를 줬다. 취지와 목적은 분명하다.
시즌 중 잦은 이동에 따른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주축 선수들의 빈번한 차출로 전력 누수가 발생하는 클럽들의 볼멘소리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언제나 '시간이 부족한' 각국 대표팀도 꽤 여유 있게 전술적인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오는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그 변화가 처음 시행된다. 이 중요한 시간에 한국 축구대표팀은 안정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 정식 사령탑이 아닌 임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4경기를 치러야한다.
다른 국가들은 보름 넘게 모여 갈증을 풀 수 있는 시간인데 한국은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북중미 월드컵 참담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을 대비해야하는 중요한 시간을 자칫 허투루 보낼 수도 있다. 그래서 '임시 감독'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9~10월에 치를 4차례 평가전 상대는 정해졌다. 대표팀은 9월 24일 에콰도르전을 시작으로 우루과이(9월28일), 베네수엘라(10월2일), 우즈베키스탄(10월6일)을 차례로 만난다. 모두 국내에서 열리며 장소와 시간은 아직 미정이다.
한국 대표팀은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A매치 4연전을 치른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에콰도르는 지난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까지 올랐던 팀이고 우루과이는 자타공인 남미의 전통 강호다. 우즈베키스탄도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팀이며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경쟁해야할 국가다. 월드컵 이후 치르는 평가전 상대 치고는 면면이 나쁘지 않다. 다만, 우리의 상황이 안타깝다.
홍명보 감독의 사퇴 후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은 공석이다.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하는데 선장이 없다. 한국에게 아시안컵은 월드컵 버금가게 중요한 대회다. 늘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지만 1960년 이후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이 급하지만, 그래도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통해 당장 정식 감독을 선임하기보다는 임시 감독 체제로 2026년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에 따른 공개채용 방식으로 임시 감독 선임을 진행한다. 지원자는 감독을 중심으로 최소 5명에서 최대 7명 규모의 코치진을 구성해 하나의 팀(사단) 형태로 지원해야 한다. 사단 구성원은 코치, 골키퍼 코치, 피지컬 코치, 분석관 등이며 지원 이후 변경할 수 없다.
서류 접수는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됐으며 오는 9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협회는 서류 전형과 면접 평가를 통해 최종 감독후보자 순위를 정한 뒤 계약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빡빡한 스케줄이나 이달 안에 임시 감독을 선임해야 다음달 A매치 4연전을 대비할 수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남긴 대한축구협회(KFA)가 무능과 카르텔, 불공정의 아이콘으로 전락했다. 2026.7.1 © 뉴스1 오대일 기자
여느 때 임시 감독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이번에 선임된 감독은 11월 2연전까지, 무려 6차례 A매치를 이끌게 된다. 메이저대회가 열리는 해가 아니라면 6번의 A매치는 1년 일정의 절반에 해당하는 꽤 높은 비중이다. 결과에 따라 정식 감독도 경질될 수 있는 빈도다. 반대로 접근하면 임시로 선임된 감독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북중미 월드컵 참패로 인해 선수들 사기는 물론이고 축구계 전체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에콰도르와의 첫 경기는 추석 연휴가 시작하는 날 킥오프한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시기다. 한국 축구가 바닥까지 추락할 수도 있고 희망의 내일을 말할 수도 있는 중요한 기로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장 직무대행과 현영민 위원장이 이끄는 전력강화위원회는 자신들이 적임자를 찾아놓고 임무를 마치겠다는 책임감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배턴을 넘기기 위한 임시 인물'을 찾는 어설픈 작업에 그친다면 한국 축구의 암흑기는 더 길어질 수 있다.
lastuncl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