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폭염에 멈춘 프로야구…1300만 관중 신기록 ‘비상’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8월 10일, 오전 12:13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기록적인 폭염으로 프로야구가 닷새 동안 멈춰섰다. 선수와 관중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1300만 관중에 도전하는 KBO리그의 흥행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폭염대책 긴급실행위원회를 열고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15경기를 모두 취소했다. 앞서 5~6일 경기도 열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프로야구는 5일부터 9일까지 닷새 동안 25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올 시즌 폭염으로 취소된 경기는 30경기로 늘었다.

전국을 뒤덮은 폭염에 멈춰버린 프로야구장. 사진=연합뉴스
전국을 뒤덮은 폭염에 멈춰버린 프로야구장. 사진=연합뉴스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야로고등학교와 제주고등학교의 경기를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야로고등학교와 제주고등학교의 경기를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제대회가 아닌 이유로 시즌이 중단된 것은 2021년 코로나 집단 감염 사태 이후 두 번째다. 우천 취소를 제외하고 날씨 때문에 모든 구장의 경기가 한꺼번에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폭염은 이미 경기장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일부 선수들이 두통과 구토,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는 관중 25명이 온열질환 의심 증상을 보였다. 이 가운데 2명은 응급치료를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KBO는 세부 대책을 마련한 뒤 11일부터 리그를 재개하기로 했다. 경기 시작 시간도 늦춘다. 다음 달 6일까지 평일과 주말 경기는 모두 오후 7시에 시작한다. 현장 체감온도가 35도에 이르거나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경기를 취소하거나 시작 시간을 오후 7시30분까지 미룰 수 있다. 3회와 7회가 끝난 뒤에는 선수들이 잠시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쿨링 브레이크’도 운영한다.

문제는 폭염이 KBO의 관중 목표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KBO리그는 2024년 처음으로 정규시즌 10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1200만 관중을 넘어섰다. 올해는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800만 관중을 달성하며 13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폭염이 길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더운 날씨와 온열질환 사고에 대한 불안이 커질 경우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중이 야구장 방문을 꺼릴 수 있다. 경기 시작이 늦어지면 귀가 시간도 늦어진다. 연장전까지 치를 경우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워지는 문제도 생긴다.

한국과 일본, 미국 프로야구에서 모두 활약한 오승환은 “경기를 늦게 시작한 뒤 연장전까지 가면 선수단은 다음 날 새벽에야 이동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며 “관중도 귀가가 늦어져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취소된 경기는 추후 다시 열린다. 하지만 흥행 손실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경기가 가을 평일에 몰리면 관중 동원이 떨어질 수 있다. 빡빡한 일정으로 선수들의 경기력도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흥행과는 별개로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 차출까지 겹치면 순위 경쟁에도 영향을 커질 수밖에 없다.

폭염이 해마다 반복되는 만큼 임시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8월 경기 수를 줄이고 봄과 가을 일정을 늘리는 동시에 권역별 연전으로 이동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냉방 공간과 그늘막도 늘려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날씨와 상관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돔구장을 확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현재 KBO리그에서 날씨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돔구장은 서울 고척스카이돔뿐이다. 모든 구장을 당장 돔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그래도 수도권과 지방 주요 권역에 돔구장을 단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돔구장은 건설비와 유지비가 많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반복되는 경기 취소와 관중 감소, 선수·팬의 안전 문제까지 생각하면 비용만 따질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프로스포츠에서 안전이 흔들리면 흥행도 오래갈 수 없다. 1300만 관중이라는 새 기록을 지키려면 달라진 기후에 맞춰 여름 야구의 시간표부터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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