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드민턴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유태빈(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대한민국 배드민턴대표팀을 이끄는 '레전드' 박주봉 감독은 지난 4월 뉴스1과 만나 "안세영 선수가 아주 잘해주고 있고 서승재-김원호도 이제 정상 레벨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다른 선수들의 기량이 더 올라와야 한다. 중국이나 일본은 정상권 선수들이 여럿인데 우리는 카드가 제한적이다. 세계적인 레벨을 갖춘 선수들이 더 나와야 전체적인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고 선수들의 분발을 독려했다.
2026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에서 우승 차지하고 금의환향하던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라 더 냉정했다.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필요한 채찍이었다. 안세영과 김원호-서승재라는 탁월한 인재가 앞에서 끌고 나갈 때 함께 힘을 받아야한다는 말이었는데, 박 감독의 큰 그림이 조금씩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먼저 안세영의 그늘에 가려 지내던 여자단식 김가은(랭킹 12위)이 지난 7월 일본오픈(슈퍼 750)과 중국오픈(슈퍼 1000)에서 연거푸 8강에 오른 것을 비롯해 올해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5월 세계여자단체선수권(우버컵) 결승에서 예상을 뒤엎고 천위페이를 잡아내며 우승에 큰 공을 세운 김가은은6월 마카우 오픈(슈퍼300)에서는 개인전 타이틀도 손에 넣었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의 김가은이 3일(한국시간) 덴마크 호르센스에서 열린 2026 세계여자단체선수권대회(우버컵) 결승전 2단식에서 중국 천위페이와 경기를 치르고 있다. © 신화=뉴스1
심유진(랭킹 14위) 역시 지난 6월 슈퍼1000 시리즈 인도네시아 오픈에서 3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일본오픈 8강, 중국오픈 16강 등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이 왕즈이, 천위페이, 한웨가 동시에 출격하고 일본도 아카네 야마구치, 토모카 미야자키, 노조미 오쿠하라 라인업을 갖춘 것에 비해 안세영 홀로 고군분투하던 것을 감안하면 기분 좋은 발전이다.
여자복식도 든든하다. 지난해 월드투어 파이널스 여자복식 금메달에 빛나는 백하나-이소희(랭킹 3위)는 올해도 정상급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천적'인 류성수-탄닝(중국)을 번번이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쉽지만 이젠 나서는 대회마다 우승을 노릴 수준이다.
여기에 부상으로 잠시 떨어져 있던 김혜정-공희용(랭킹 6위) '킹콩 듀오'의 부활도 반갑다. 공희용의 무릎 수술 때문에 지난 2월 이후 갈라져 있던 '킹콩' 조는 재결합 후 출전한 7월 일본오픈에서 곧바로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국제 대회 2연속 은메달을 수확한 남자단식 기대주 유태빈(왼쪽/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상대적 '취약 종목'으로 꼽힌 남자단식에서도 기다렸던 샛별이 탄생했다. '배드민턴 코트 위 손흥민'을 꿈꾸는 유태빈이 주인공이다.
남자 배드민턴 기대주 유태빈(랭킹 58위)은 9일 충남 아산이순신체육관서 벌어진 'BWF 코리아마스터즈 2026(슈퍼 300)' 남자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주 쉬안첸(68위)에 게임스코어 0-2(16-21 21-23)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준결승에서 대회 1번 시드를 받은 일본의 유다이 오키모토(21위)를 꺾으면서 커리어 첫 우승에 대한 기대를 키웠으나 석패했다. 주 쉬안첸은 지난해 말레이시아 슈퍼100 대회에서 이겨본 경험이 있는 상대였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유태빈은 지난 2일 끝난 대만 오픈(슈퍼300)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에 이어 2연속 국제 대회 결승 무대를 밟으면서 조명 받고 있다.
특히 대만오픈 준결승에서는 자국 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받던 린 춘이(랭킹 8위)를 꺾는 파란도 일으켰다. 린 춘이는 1월 인도오픈, 3월 전영오픈을 석권한 강호인데 유태빈이 2-0(21-19 21-19)으로 제압했다.
박주봉 감독은 유태빈을 세계남자단체선수권(토마스컵)에서 남자단식 1번 주자로 내세우는 등 공들이고 있는데 조금씩 결실이 나오고 있다. 스타성도 있다. 훤칠한 외모의 유태빈은 손흥민처럼 '찰칵 세리머니'를 펼치는 등 '끼'도 보유하고 있어 더욱 관심이 향한다. 이제 23살인 유태빈은 다가오는 세계선수권 그리고 9월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한다.
코리아마즈터즈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혼합 복식 김재현-장하정(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여기에 4월 아시아선수권 남자복식 결승에 올라 서승재-김원호와 집단 싸움을 펼친 강민혁-기동주, 코리아마스터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혼합복식 김재현-장하정까지 전체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한국 배드민턴은 '황금기'라는 수식어를 받았으나 냉정하게 안세영과 김원호-서승재라는 쌍두마차의 공이 컸다. 한국 배드민턴의 황금기는 이제 찾아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lastuncl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