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스쿠터’로 불리는 전동킥보드는 선수들 사이에서 새로운 출퇴근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교통 체증을 피하고 경기장 안팎을 빠르게 오갈 수 있어 선수들은 즐겨 사용한다. 하지만 선수에게 거액을 투자한 구단 입장에선 부상 걱정으로 속을 태우고 있다.
킥보드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해리슨 베이더(32)다. 베이더는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6일 새벽 킥보드를 타다가 소방차와 충돌했다. 왼발 족저근막염으로 5월 말부터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그는 이번 사고로 올 시즌 복귀마저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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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를 타다 사고를 당해 올 시즌 복귀가 불투명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해리슨 베이더. 사진=AP PHOTO
MLB에서 킥보드는 이미 낯선 풍경이 아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지난해 외야수 마이클 해리스 2세가 킥보드를 타는 모습을 본뜬 기념 인형까지 제작했다. 해리스는 “거리에서는 타지 않고 주차장에서 클럽하우스까지 이동할 때만 사용한다”고 밝혔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외야수 앙헬 마르티네스는 교통 체증이 심한 날 킥보드로 출근한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투수 켄리 잰슨도 부가티 킥보드를 타고 코메리카파크 복도를 누빈다.
특히 볼티모어, 클리블랜드, 디트로이트, 세인트루이스, 샌디에이고처럼 경기장이 도심에 있는 구단에서 킥보드 이용이 활발하다. 신인이나 시즌 도중 승격된 선수들은 경기장 근처에 숙소를 잡는 경우가 많다. 킥보드는 짧은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여름 땡볕 속에서 걷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한 번의 사고가 선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에서 세 시즌 동안 활약했던 투수 벤 라이블리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전 시즌 마이너리그 경기 전 외발 전동휠인 호버보드를 타다가 구덩이에 걸려 넘어져 오른쪽 쇄골을 다쳤다. 두 달 동안 결장하고 거액의 벌금까지 낸 그는 그해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방출됐다. 라이블리는 이후 한국 프로야구에서 세 시즌을 보낸 뒤 2023년에야 메이저리그로 돌아왔다.
밀워키 브루어스 내야수 데이비드 해밀턴도 대학 시절 킥보드를 타다 도로의 구멍에 걸려 넘어져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았다.
현행 MLB 노사협약의 표준계약서는 자동차·오토바이 경주와 스키, 스카이다이빙, 복싱 등 위험 활동을 금지한다. 하지만 442쪽에 달하는 협약 어디에도 킥보드나 전기자전거에 관한 내용은 없다. 구단이 선수의 이용을 미리 막거나 사고 책임을 묻기 어려운 이유다. 구단주 측이 차기 노사 협상을 앞두고 마련한 100여 가지 제재 대상에도 킥보드는 빠졌다.
베이더는 선수노조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결과에 따라 킥보드가 새 노사협약의 위험 활동 목록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킥보드는 선수들에겐 출근길의 편리한 이동수단이다. 하지만 구단에는 수백억원짜리 계약을 한순간에 흔들 수 있는 ‘달리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