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홀리고, 동료도 움직였다… 카라스코가 보여준 ‘ML 112승 품격’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8월 12일, 오전 12:27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시속 160㎞를 던지던 강속구는 사라졌다. 하지만 타자의 예측을 무너뜨리는 기술은 남았다.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KBO리그에 강렬한 인상을 심고 있는 프로야구 LG의 새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39)의 얘기다.

카라스코는 지난 1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5구를 던지며 5피안타 1사구 5탈삼진 2실점했다. LG가 8-3으로 이기면서 KBO리그 첫 승도 따냈다.

LG트윈스 카를로스 카라스코. 사진=뉴시스
LG트윈스 카를로스 카라스코. 사진=뉴시스
LG 팬들에게 인사하는 새 외국인 투수 카라스코. 사진=연합뉴스
LG 팬들에게 인사하는 새 외국인 투수 카라스코. 사진=연합뉴스
카라스코는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지난 1일 두산베어스와 경기에서 7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한 데 이어 두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다. 두 경기 성적은 13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1.38이다.

특히 두산전 7이닝에 이어 키움전 3회까지 10이닝 연속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았다. 전성기 시절 160㎞에 육박했던 카라스코의 직구는 이제 150km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신 투심과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 커브 등을 비슷한 투구 동작에서 던져 상대를 속인다. 타자 눈에는 같은 궤적으로 날아오다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정교한 커맨드도 위력적이다. 단순히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데 그치지 않고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존의 상하좌우 경계를 공략한다. 빠른 공을 노리면 변화구가 떨어지고, 변화구에 초점을 맞추면 투심과 커터가 몸쪽으로 파고든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12승을 거두며 쌓은 경험이 구속 저하를 메우고 있다. 빠른 공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 타자의 노림수와 타순의 흐름에 따라 구종과 코스를 바꾸는 운영 능력도 돋보인다.

염경엽 LG 감독 역시 카라스코에 대해 “모든 구종을 완벽하게 커맨드하는 게 최고의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카라스코의 가치는 마운드 밖에서도 빛난다. 폭염으로 리그가 중단된 지난 9일 잠실구장에서는 자신이 공을 던지는 날이 아니었는데도 땡볕 아래 남아 임찬규와 앤더스 톨허스트의 불펜 투구를 지켜봤다. 두 투수의 질문을 받고 의도한 코스에 더 정확히 공을 던지는 방법과 투구 원리를 설명했다. 한 LG 투수는 “투수를 하면서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생활에서도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준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마치면 자신이 사용한 기구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깨끗하게 닦아 다음 선수에게 넘긴다. 키움전에서는 2-2 동점이던 6회 결승 솔로 홈런을 친 송찬의를 직접 찾아가 고마움을 표시했다. 투수 코치와 지원스태프에게도 빠짐없이 인사를 건넸다. 동료를 향한 존중이 클럽하우스의 존경으로 돌아오는 이유다.

하지만 키움전에서는 분명한 경고등도 켜졌다. 3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던 카라스코는 4회말 선두타자 서건창에게 내야 안타를 맞았다. 투구수가 50개를 넘어선 5회말 2사 후에는 김건희와 임병욱, 박찬혁, 권혁빈에게 4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했다. 구종과 코스는 다양했지만 공의 힘이 떨어지면서 정타가 잇달아 나왔다.

카라스코는 올 시즌 미국에서 주로 불펜 투수로 뛰었다. 애틀랜타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8경기에 나섰고, 마이너리그에서도 5월 중순 이후에는 대부분 짧은 이닝을 맡았다. 올해 한 경기에서 80구 이상 던진 것도 네 차례에 불과하다. 두산전에서도 74구만 던지고 스스로 교체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85구는 지난 4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기록한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 수였다.

선발진의 체력 저하로 선두 경쟁에서 밀린 LG에는 카라스코의 합류가 반갑다. 하지만 50구 이후에도 구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등판 때마다 불펜 소모가 커질 수 있다. 타자를 속이는 노련미는 증명했다. 이제 남은 시험은 그 위력을 80~90구 이후까지 끌고 갈 수 있느냐다. 카라스코의 체력이 LG의 후반기 반등을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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