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위치가 더 어렵게 느껴진 이유..난도 같아도 홀 특성 따라 달라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8월 13일, 오후 08:01

[포천(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핀 위치가 쉽지 않아서 남은 경기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교림이 11번홀에서 그린의 경사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KLPGA)
서교림이 11번홀에서 그린의 경사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KLPGA)
13일 경기도 포천시 몽베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는 선수들 사이에서 “핀 위치가 까다로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5언더파 67타를 쳐 노승희, 한지원과 함께 공동 선두에 오른 서교림은 좋은 스코어를 냈지만 경기 뒤에는 핀 위치에 대한 부담을 털어놨다. 서교림은 “핀 위치가 쉽지 않았다”며 남은 라운드에서도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일부 홀은 핀이 그린 앞쪽에 붙어 있거나 벙커 뒤쪽에 자리해 적극적으로 핀을 공략하기 어려웠다는 게 선수들의 설명이다. 조금만 짧거나 길어도 벙커나 그린 밖으로 공이 흘러갈 수 있어 버디를 노리기보다는 안전하게 그린을 공략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다른 선수들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전체적으로 버디를 만들 기회가 많지 않았고, 특히 몇몇 홀에서는 핀을 직접 노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서교림은 이날 경기 후 이번 대회 우승 스코어를 15언더파 정도로 예상했다.

실제 스코어에서도 코스의 난도가 어느 정도 드러났다. 1라운드 경기를 끝낸 122명 가운데 언더파를 적어낸 선수는 46명에 그쳤다. 전체의 약 38% 만 언더파 라운드를 했다. 상위 60명으로 정해진 예상 컷오프는 1오버파다.

그렇다면 프로 골프대회에서 핀 위치는 어떻게 정하고, 전체적인 핀 난도를 균형 있게 맞췄는데도 선수들은 왜 특정 라운드를 더 어렵게 느낄까.

박현경과 캐디가 함께 그린의 경사를 살피고 있다. (사진=KLPGA)
박현경과 캐디가 함께 그린의 경사를 살피고 있다. (사진=KLPGA)
◇프로골프 핀 위치는 어떻게 정하나

KLPGA 투어를 비롯한 프로 골프대회에서 홀 별 핀 위치는 무작위로 정하지 않는다. 코스 세팅 과정에서 그린의 경사와 빠르기, 주변 위험 요소, 어프로치 각도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선수들이 지나치게 쉬운 위치나 반대로 공략하기 어려운 위치에 핀이 몰리지 않도록 전체적인 균형을 맞춘다.

핀 위치의 난도를 균형 있게 배치하기 위해 활용하는 기준 중 하나가 ‘42~47’ 이다.

각 홀의 그린을 4개 구역으로 나누고 각 핀 위치에 난도 1~4를 부여한 뒤 18개 홀의 난도 점수를 합산해 한 라운드의 난도를 일정 범위 안에서 맞추는 방식이다. 한 라운드의 난도 합계를 42~47점 정도로 유지하면서 특정 라운드에 쉬운 핀이나 어려운 핀이 지나치게 몰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이 기준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정은 아니다. KLPGA 경기위원 측에서도 42~47이라는 수치는 코스 세팅 과정에서 참고하는 권고사항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실제 핀 위치는 대회 경기위원들이 코스 세팅 과정에서 결정한다. 경기위원들은 대회 전 그린을 직접 살펴보면서 홀마다 그린의 경사와 잔디 상태, 핀 주변의 평탄도, 주변 벙커와 러프 등 위험 요소를 확인한다. 여기에 그린 스피드와 날씨, 바람 등 경기 조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수들이 지나치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도록 핀 위치를 정한다.

따라서 핀 위치를 정하는 과정에서 숫자로 표시된 난도만 보는 것은 아니다. 42~47이라는 기준을 참고하되 실제 코스와 그린의 상태를 보고 18홀 전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김아림이 11번홀에서 퍼트를 끝낸 뒤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사진=KLPGA)
김아림이 11번홀에서 퍼트를 끝낸 뒤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사진=KLPGA)
◇전체 난도와 체감 난도는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8홀 전체의 난도와 선수들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 난도는 같지 않다는 점이다.

난도 합계 ‘42~47’은 라운드 전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기준이다. 선수들이 각각의 핀을 얼마나 어렵게 느끼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수치는 아니다.

선수들이 실제로 핀을 공략할 때는 단순히 핀까지의 거리만 보는 것이 아니다. 핀 주변의 경사와 평탄도, 핀 앞뒤의 여유 공간, 벙커와 러프의 위치, 공이 떨어진 뒤 굴러갈 방향까지 함께 판단한다.

가령 비슷한 난도의 핀이라도 1번홀은 핀 주변에 공을 안전하게 세울 공간이 충분하고, 2번홀은 핀 뒤에 벙커가 있거나 핀 앞에서 경사가 심하게 흐른다면 체감 난도는 크게 달라진다.

특히 프로 선수들에게는 ‘핀에 얼마나 가깝게 붙이느냐’만큼 ‘실수했을 때 어디로 공이 가느냐’ 에 따라서 성적의 희비가 커진다. 핀을 직접 노렸다가 조금만 빗나가도 벙커나 그린 밖으로 공이 굴러갈 수 있다면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핀을 피해 안전한 쪽을 선택한다. 그만큼 버디를 노릴 수 있는 공격적인 샷의 폭도 좁아진다.

1라운드를 끝낸 또 다른 선수는 “일부 홀에서 핀의 위치가 벙커 바로 뒤에 있거나 경사면과 가까운 곳에 있어 공격적으로 공략하기 어려웠다”며 “그런 상황에서 공을 홀에 가깝게 붙여도 버디가 잘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은 라운드에서도 핀 위치는 우승 경쟁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체적인 난도 균형은 유지하면서도 어느 홀에 어떤 핀을 꽂느냐에 따라 선수들의 공격성과 버디 기회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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