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는 일본 선수가 역대 최다인 10명이 뛴다. 반면 코리안 프리미어리그 계보는 21년 만에 끊길 판이다. 정말 이번 시즌 한국 선수는 한 명도 EPL 무대를 누빌 수 없을까.
그동안 EPL은 한국 선수들이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하는 발판이면서 한국 축구 팬들에게는 새벽 축구를 기다리게 하는 무대였다.
'해버지' 박지성을 시작으로 이영표, 설기현, 김두현, 이청용, 기성용 등이 EPL 무대를 경험했다.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EPL 우승을 경험(4회 우승)했고, 기성용은 스완지시티에서 2012-13시즌 리그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10년간 활약, 2021-22시즌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EPL 득점왕에 올라 한국 선수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황희찬 역시 울버햄튼에서 꾸준히 공격포인트를 쌓으며 계보를 이었다.
한국 선수들이 EPL에서 차지했던 존재감이 컸던 만큼 이번 시즌의 '공백'은 더욱 눈에 띈다.
손흥민이 LA FC(미국)로 이적하고, 황희찬의 팀 울버햄튼이 강등되는 등 주력 선수들이 여러 이유로 EPL을 떠났는데 그 뒤를 이어갈 후계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한국에 비해 EPL에서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던 일본은, 이번 시즌 선수 숫자를 착실히 늘렸다.
미토카 가오루(브라이턴), 다나카 아오(리즈), 마에다 다이즌(입스위치), 도미야스 다케히로, 가마다 다이치(이상 크리스털 팰리스), 모리타 히데마사(헐시티), 다카이 코타(토트넘), 사카모토 다쓰히로(코번트리), 엔도 와타루(리버풀), 스즈키 자이온(애스턴 빌라)까지 총 10명이 EPL을 누빈다.
챔피언십에서 뛰었던 다쓰히로 등 2부리거들이 팀과 함께 승격해 EPL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고, 골키퍼인 자이온까지 애스턴 빌라에 입단하면서 전 포지션에 걸쳐 프리미어리거를 배출하게 됐다.
EPL은 독일 분데스리가(14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일본 선수가 뛰는 유럽리그(1부리그 기준)가 됐다.
EPL 내 외국인 선수 비율 역시 14위로, 낮지 않다. 나이지리아(9명), 노르웨이(8명), 덴마크(8명), 스위스(7명)보다도 배출 숫자가 많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아시아 축구의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다"며 "과거 독일 등을 거쳐 유럽 무대에 진출했던 일본 선수들이 이제는 EPL을 직접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일본 선수들이 EPL로 향하는 흐름도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캐슬 박승수(오른쪽) 2025.7.30 © 뉴스1 김진환 기자
이번 시즌 코리언 프리미어리거 계보를 이을 한국 선수는 정말 아무도 없을까. 희망이 아예 없지는 않다.
EPL 공식 홈페이지상으로 2026-27시즌 엔트리에 포함된 한국 선수는 김지수(브렌트퍼드) 1명이다.
김지수는 2024년 브렌트퍼드에 입단했지만, 이후 카이저슬라우테른(독일)으로 임대됐다가 이번 시즌 다시 복귀했다.
팀에서 즉시 전력감 보다는 성장에 중점을 맞추고 있어 다시 임대를 알아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지만, 우선은 팀 잔류 후 새 시즌 1군에 등록된 상태다.
2026-27시즌 개막전 토트넘전에선 아예 엔트리에 들지 못했지만, 추후 부상 등 주전 수비진에 변동이 생기면 기회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24-25시즌에도 초반에는 엔트리에서 늘 제외됐지만 박싱데이를 틈타 2경기 연속 교체로 출전했고, 주전들이 줄부상으로 신음했던 3월에도 교체로 기회를 받은 적이었다.
독일 임대를 통해 성장해 돌아온 만큼 새 시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상황을 바꿀 수도 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U21(21세 이하)팀의 박승수도 현재는 1군이 아니지만, EPL U21 팀과 내셔널리그팀이 함께 출전하는 '내셔널리그컵'에서 꾸준히 출전하며 콜업을 기다리고 있다.
'가디언'은 이번 시즌 EPL 20개 팀별로 최고 유망주를 선정했는데, 뉴캐슬에서는 박승수가 선정됐다. 그만큼 잠재력은 있다.
뉴캐슬이 5년간 팀을 이끌던 에디 하우 감독과 결별하고 38세의 젊은 감독 마티아스 야이슬레를 데려온 것도 변수다. 새 감독 아래 새롭게 주전 경쟁이 시작되는 만큼, 박승수처럼 유망주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밖에 이적을 통해 새로운 프리미어리거가 탄생하는 방법도 있다.
EPL의 관심을 받던 이강인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하고, 오현규(베식타스)가 잔류를 선택해 사실상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선 새로운 프리미어리거가 나올 가능성이 낮지만,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후반부에 EPL에 뛰어도 계보는 충분히 이을 수 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 뛰는 엄지성(스완지), 백승호(버밍엄), 배준호(스토크) 등이 겨울 이적시장에서 즉시 전력감을 원하는 EPL 팀들의 러브콜을 받을 수도 있다.
tre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