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상식’이 하노이를 뒤덮었다...베트남, 태국 꺾고 아세안컵 사상 첫 2연패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8월 27일, 오전 10:52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베트남 하노이가 거대한 축제장으로 변했다. 오토바이를 탄 시민들은 붉은색 베트남 국기를 흔들었고, 거리 곳곳에서는 북과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부 팬은 베트남 국기 옆에 태극기를 내걸었다. 김상식 감독의 얼굴에 마법사 복장을 합성한 사진도 등장했다. 베트남 축구가 숙적 태국을 넘어 사상 처음 아세안컵 2연패를 달성한 날이었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26일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세안 현대컵 결승 2차전에서 태국과 2-2로 비겼다. 지난 22일 방콕에서 열린 1차전을 2-0으로 이긴 베트남은 1·2차전 합계 4-2로 태국을 누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베트남 축구를 아세안 현대컵 2연패로 이끈 김상식 감독이 시상식에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베트남 축구를 아세안 현대컵 2연패로 이끈 김상식 감독이 시상식에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아세안 현대컵에서 2연패를 달성한 베트남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아세안 현대컵에서 2연패를 달성한 베트남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동남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이 대회에서 베트남이 2회 연속 정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통산 우승 횟수도 2008·2018·2024년에 이어 네 차례로 늘었다. 2018년 우승을 이끈 사령탑이 박항서 감독이었다면, 최근 두 차례 우승은 김 감독의 작품이다. 한국인 감독이 베트남 축구의 황금기를 이어가고 있다.

우승으로 향하는 마지막 90분은 순탄하지 않았다. 베트남은 전반 9분 수비수 응우옌 반비가 부상으로 교체됐고, 3분 뒤 욧사콘 부라파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43분에는 귀화 공격수 응우옌 쑤언손의 헤딩슛이 골대를 때렸다. 후반 3분에는 페널티킥까지 허용했지만 태국 카카나 캄욕의 슈팅이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위기를 넘긴 베트남은 후반 7분 도 호앙 헨의 슈팅이 골대와 상대 골키퍼를 차례로 맞고 들어가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40분 완차이 자룬옹끄란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면서 합산 점수 3-2로 쫓겼지만, 추가시간 완차이의 자책골이 나오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베트남의 두 골이 모두 자책골로 기록됐지만, 끝까지 상대 골문을 압박한 결과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하노이와 호찌민 등 주요 도시의 도로는 축하 인파로 가득 찼다.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는 “수많은 시민이 국기를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환호했다”고 전했다. 인파가 몰리면서 일부 도로와 다리의 차량 통행이 일시적으로 제한되기도 했다. 김 감독에게 경의를 표시하려고 태극기를 든 팬들도 눈에 띄었다.

김 감독은 경기 뒤 “오늘 하루만큼은 나 자신을 ‘축구의 왕’이라고 불러보겠다”며 웃었다. 베트남 팬들이 붙여준 ‘킹상식’이라는 별명에 화답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번 승리는 선수들과 팬 모두가 노력한 결실”이라며 “선수들이 조국을 위해 헌신적으로 뛰었다”고 공을 돌렸다.

김 감독은 베트남 A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을 함께 맡아 지난해 7월 아세안축구연맹 U-23 챔피언십과 12월 동남아시안게임을 제패했다. 이번 우승까지 더하면 약 1년 동안 네 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베트남은 A매치 무패 기록도 26경기(22승4무)로 늘리며 종전 자국 최다 기록인 18경기를 크게 넘어섰다.

2018년 ‘박항서 열풍’으로 시작된 베트남의 한국인 감독 신화는 이제 ‘김상식 시대’로 이어지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 기쁘다”며 “더 강한 팀으로 성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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