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9)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었다. 아르헨티나의 역대 최다 출전과 최다 득점 기록을 모두 보유한 메시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이끌며 조국에 오랜 숙원을 풀었다. 하지만 메시가 대표팀에서 보낸 마지막 10년은 하마터면 없을 뻔 했다.
메시는 2016년 6월 26일 미국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칠레와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한 뒤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29세였던 메시는 승부차기에서 실축하며 패배의 원흉이 됐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대표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우승하지 못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2016년 첫 번째 은퇴 선언 후 복귀해 10년 동안 월드컵 우승 포함, 메이저대회 4회 우승을 이룬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 사진=AP PHOTO
비판도 거셌다. 아르헨티나 팬들은 메시를 1986년 월드컵 우승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와 끊임없이 비교했다. 큰 경기에서 약하고 대표팀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따라다녔다. 마라도나조차 당시 메시를 두고 “좋은 사람이지만 리더가 될 만한 성격은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은퇴 발표 직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를 비롯한 동료들은 공개적으로 복귀를 요청했다. SNS에서는 ‘메시, 떠나지 마세요’(NoTeVayasMessi)라는 뜻의 해시태그가 하루 만에 2만 회 넘게 사용됐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메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은퇴를 번복해달라고 요청했다.
심지어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메시의 동상까지 세워졌다. 수천 명의 팬이 거리로 나와 그의 이름을 외쳤다. 수도 곳곳의 전광판에는 복귀를 호소하는 문구가 걸렸다. 평소 메시를 비판했던 마라도나도 “2018년 월드컵까지 대표팀에 남아야 한다”고 했다.
결국 메시의 첫 번째 은퇴는 6주 만에 끝났다. 2016년 8월 새로 부임한 에드가르도 바우사 감독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날아가 설득했다. 결국 메시는 “이 나라와 대표팀 유니폼을 너무 사랑한다”며 복귀를 선언했다.
우승은 곧바로 찾아오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에서 프랑스에 패했다. 하지만 메시는 34세였던 2021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 번 막힌 물꼬가 트이자 우승이 이어졌다. 메시는 2022년 유럽 챔피언 이탈리아와 맞붙은 피날리시마에서 정상에 올랐다. 같은 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에 36년 만의 우승컵을 안겼다. 2024년에는 코파 아메리카 2연패까지 달성했다.
2016년 은퇴를 번복한 이후 메시는 A매치 94경기에서 70골을 넣고 네 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8골과 4도움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를 결승으로 이끌었다. 스피드는 전성기보다 떨어졌지만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과 결정력은 여전했다. 아르헨티나는 결승에서 스페인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메시의 존재감은 대회 기간 내내 빛났다.
공교롭게도 2026년 월드컵 결승 장소는 메시가 10년 전 첫 은퇴를 선언했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이었다. 절망 속에서 대표팀을 떠나려 했던 그는 같은 경기장에서 월드컵 결승을 끝으로 207경기 125골이라는 아르헨티나 역대 최다 출전·득점 기록을 남겼다.
메시는 월드컵 결승전이 끝난 지 3주 만에 부친(호르헤 메시)을 떠나보내고 나서 거취를 고심해왔다. 39세인 만큼 이번 결정은 10년 전과 달리 번복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공식 은퇴 경기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아쉬움 속에 “우승하지 못해 떠난다”고 했던 메시는 이후 10년 뒤 월드컵을 포함한 네 개의 우승컵을 품고 웃으면서 대표팀과 작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