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보다 지도자 먼저' 한국 축구 지휘봉 잡게 된 모레노 누구?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9월 01일, 오후 01:15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임시 지휘봉을 잡은 로베르토 모레노(48·스페인)는 화려한 선수 경력은 없지만 분석과 전술 설계 능력으로 성장한 지도자다. FC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에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을 보좌해 ‘엔리케의 오른팔’로 불렸다.

대한축구협회는 1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2026년도 제7차 이사회를 열어 모레노 감독의 대표팀 임시감독 선임안을 의결했다.

모레노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실패로 홍명보 전 감독이 물러나면서 공석이 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9∼10월 4경기와 11월 2경기 등 A매치 6경기를 지휘한다. 계약 기간은 11월 27일까지이지만, 6경기 평가 결과에 따라 내년 1월 열리는 2027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맡기는 조건을 계약에 포함했다.

스페인 대표팀 임시 사령탑 시절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 사진=AFPBBNews
스페인 대표팀 임시 사령탑 시절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 사진=AFPBBNews
모레노 감독은 스타 선수 출신 지도자가 아니다. 고향의 라 플로리다 CF에서 중앙수비수로 뛰었지만 프로 무대에서 활동한 경력은 없다. 대신 체육 교사의 권유로 14세 때부터 지도자 수업을 시작했고, 16세에는 라 플로리다 유소년팀을 맡았다. 선수보다 지도자의 길을 먼저 선택했다.

모레노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바르셀로나 수석코치로 일했다. 이 기간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정상에 올랐다. 상대 분석과 경기 계획 수립, 세트피스 전술 등을 담당하며 엔리케 감독의 공격 축구를 뒷받침했다.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엔리케 감독과 함께했다. 2019년 3월 엔리케 감독이 딸의 병환으로 자리를 비우자 임시감독을 맡았고, 그해 6월 정식 감독으로 승격됐다. 하지만 엔리케 감독이 복귀하면서 약 5개월 만에 대표팀을 떠났다. 이후 AS모나코와 그라나다, 러시아 소치 감독을 맡았다.

모레노 축구의 중심에는 데이터와 세밀한 역할 분담이 있다. 상대의 압박 방식과 수비 간격을 분석한 뒤 후방 빌드업과 공격 경로를 설계한다. 공을 점유하는데 집착하기보다는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에 틈을 만드는데 주력한다. 선수마다 움직여야 할 위치와 시점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동시에 한 가지 전형 보다 상대와 선수 구성에 따라 전술을 바꾸는 성향을 가졌다.

짧은 기간에 팀을 정비해야 하는 임시감독으로서는 이런 분석 능력은 장점이 될 수 있다. 한국 선수들의 특성을 빠르게 파악하고 상대에 맞는 해법을 제시한다면 월드컵에서 흐려진 대표팀의 전술적 색깔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코치진 전원을 자신과 호흡을 맞춘 스페인 출신으로 꾸린 것도 전술 이식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다.

약점도 분명하다. 수석코치와 분석가로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클럽 감독으로 뚜렷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모나코와 그라나다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세밀한 전술이 선수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스타 선수와 선수단을 장악하는 리더십 역시 더 검증돼야 하는 부분이다.

모레노에게 주어진 시간은 A매치 6경기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 특징을 얼마나 빨리 파악하고, 자신의 축구를 뚜렷하게 이해시키느냐에 따라 그의 성과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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