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가 스탠 크랑키(79)의 ‘스포츠 제국’에 편입된다.
크랑키스포츠앤드엔터테인먼트(KSE)는 1일(이하 현지시간) 에인절스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기로 아르테 모레노 구단주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매각 가격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ESPN은 소식통을 인용해 에인절스의 기업 가치가 40억 달러(약 5조4831억 원)로 평가됐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올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세운 MLB 구단 매각 최고 기록인 39억 달러(약 5조3460억 원)를 넘어선다. 거래는 MLB 구단주들의 승인을 거쳐 2027년 1분기 마무리될 예정이다.
미국프로야구 LA에인절스의 새 주인이 된 '스포츠 제국 황제' 스탠 크랑키. 사진=AFPBBNews
크랑키는 이미 미국프로풋볼(NFL) LA 램스, 미국프로농구(NBA) 덴버 너기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콜로라도 애벌랜치, 미국프로축구(MLS) 콜로라도 래피즈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에인절스까지 더하면 야구·축구·농구·미식축구·아이스하키를 아우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프로스포츠 프랜차이즈를 완성한다.
크랑크가 보유한 구단들의 최근 성적도 화려하다. 램스와 애벌랜치는 2022년, 너기츠는 2023년 정상에 올랐다. 아스널도 2026년 우승컵을 들었다. 크랑키 체제에서 최근 5년 사이 네 팀이 정상에 오른 셈이다.
다종목 구단 운영의 핵심은 다양한 자산의 결합이다. 크랑키는 램스를 세인트루이스에서 LA로 이전한 뒤 잉글우드에 소파이 스타디움을 건설했다. 여의도 면적의 47%에 이르는 경기장 주변 300에이커(약 136만 제곱미터) 부지를 스포츠·공연·상업 시설이 결합된 복합지구로 개발했다. 소파이 스타디움은 2028 LA 올림픽의 핵심 무대로도 활용된다.
KSE는 에인절스를 품으면서 LA에서 NFL과 MLB를 동시에 운영하게 된다. 기업에는 두 종목을 묶은 마케팅 및 스폰서 상품을 제안할 수 있다. 팬들에게는 경기와 공연·식음료·쇼핑을 결합한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다.
중계 콘텐츠와 팬 데이터, 입장권 판매 시스템, 선수 분석 기술도 계열 구단 사이에서 공유할 수 있다. 그만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다. 스포츠팀이 독립된 구단에서 경기장·미디어·부동산·데이터를 연결하는 더 큰 개념으로 확장된다.
에인절스 팬에게는 구단주 교체 자체가 희소식이다. MLB 최초의 라틴계 구단주인 모레노는 2003년 월트디즈니로부터 에인절스를 인수했다. 에인절스는 ‘랠리 몽키의 기적’을 일으키며 2004년부터 2009년까지 6년 사이 다섯 차례나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2010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은 한 번뿐이다. 마이크 트라우트와 오타니 쇼헤이라는 걸출한 슈퍼스타를 두 명이나 보유하고도 소극적인 투자로 인해 전력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 올 시즌까지 11년 연속 승률 5할을 밑돌았다. 홈구장에서는 “구단을 제발 팔아달라”는 팬들의 외침이 이어졌다.
다만 크랑키의 인수가 당장 에인절스의 부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야구는 거액의 스타 영입만으로 성적을 내기 어렵다. 스카우트와 유망주 육성, 부상 관리, 데이터 분석, 프런트의 장기 전략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MLB 사무국의 승인도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한국도 삼성, 현대, LG 등 거대 대기업들이 야구·축구·농구·배구 등 여러 종목의 프로팀을 운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계열사별 홍보와 사회공헌 성격이 강하다. 구단이 사용하는 경기장 대부분도 지방자치단체 소유이다보니 수익 구조를 극대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크랑키의 에인절스 인수는 스포츠 산업의 경쟁 단위가 한 팀에서 여러 종목과 경기장, 미디어를 묶은 거대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