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2년 차 오른손 투수 박시원(20)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2피안타 2사사구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LG가 1-0으로 이기면서 박시원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선발로 5회를 채운 것도 이날이 처음이었다.
LG트윈스 박시원. 사진=연합뉴스
승리투수가 된 이후 더그아웃에서 인터뷰를 하는 박시원. 사진=이석무 기자
직전 등판의 악몽도 씻어냈다. 박시원은 지난달 27일 NC다이노스전에서 1⅔이닝 동안 6실점하며 무너졌다. 경기를 치를수록 ‘맞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타자와 승부를 피했던 것이 문제였다.
박시원은 “잘 던질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타자에게 달려들었는데, 이닝을 더 끌고 가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면서 도망가는 투구를 했다”며 “이번에는 박동원 선배의 조언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스트라이크를 던지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곽빈과 맞대결도 의식하지 않았다. 베테랑 선발 임찬규가 경기 전 “상대 투수가 누구인지 신경 쓰지 말고 네가 할 일만 하면 된다”고 마음을 다잡아줬다. 박시원은 “곽빈 선배보다 제가 5이닝을 던지는 것이 먼저였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 임찬규와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를 따라다니며 위기 관리와 볼 배합을 묻는다고 한다.
박시원의 첫 승은 혼자 만든 것이 아니었다. 오지환은 4회밀 안타성 타구를 걷어낸 뒤 절묘한 백토스로 주자를 잡아냈다. 불펜투수 이우찬·김진수·김영우는 6회부터 한 이닝씩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마지막 9회에는 앞선 두 경기에 모두 등판했던 손주영이 마운드에 올랐다. 후배의 승리를 지켜주기 위해 염 감독이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3연투를 자청했다. 오죽하면 염 감독이 경기 후 “손주영이 3연투를 할 수 있게끔 나를 설득했던 김광삼 코치를 칭찬해 주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손주영은 1사 3루에 이어 2사 2·3루 위기까지 몰렸지만 끝내 한 점 차 승리를 지켰다. 박시원은 “주영이 형의 공을 타자들이 절대 치지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며 “제 첫 승을 지켜주려고 3연투까지 해줬다는 말을 듣고 정말 감동했다”고 말했다.
경기 후 두 차례 인터뷰를 마친 박시원은 오른쪽 허벅지에 근육 경련이 일어나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프로 첫 승을 위해 온 힘을 쏟은 흔적이었다. 그래도 그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박시원은 202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전체 60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지명 순위는 한참 늦었지만 현장에서 화제가 됐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LG 유니폼을 받아 들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프로야구 선수의 꿈이 간절했다.
박시원은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닌데 드래프트장에서 울어 첫인상이 그렇게 남았다”며 “그때 흘린 눈물만큼 간절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193cm의 큰 키에서 최고 154㎞의 빠른 공을 던지는 박시원은 입단 당시 ‘3년 안에 선발진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년 만에 선발 기회를 얻었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했다.
“당장 100구를 던지고 6~7이닝을 책임지겠다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마운드에 오르면 5이닝은 반드시 막아주는 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첫 승이 확정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부산에 있는 부모였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오지 못했지만 집에서 아들의 투구를 지켜봤다. 드래프트장에서 눈물을 흘렸던 소년은 이제 어엿한 프로야구 승리 투수가 돼 부모에게 첫 승 소식을 전했다.
“언제나 열심히 응원해주신 부모님께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