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아시안게임은 스포츠의 ‘종합선물세트’입니다.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 개인 종목과 단체 종목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국민이 새로운 스포츠를 발견하고 직접 즐기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을 이끄는 이상현(49) 단장은 이번 대회의 의미를 ‘화합’과 ‘확장’이라는 두 단어로 설명했다.
이상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선수단장이 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결단식에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단기를 받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상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선수단장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상현 아시안게임 선수단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과제는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올림픽과 비교하면 아시안게임은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일부 종목은 열악한 훈련 여건 속에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 단장은 부임 이후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정·관계와 체육계 인사들을 만나 대회를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스스로 “단장이 아닌 ‘홍보맨’”이라고 소개할 정도다.
이 단장은 단지 보여주기식 활동을 하지 않는다. 선수들을 위해 커피차를 준비해 직접 음료를 나눠주는가 하면 국가대표 선수촌에 있는 종교시설까지 방문하는 등 세심한 지원이 돋보인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감독, 코치나 지원스태프들도 자주 만난다.
이 단장은 “선수 중심의 지원이 기본이지만 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하려면 지도자와 의무 트레이너, 장비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메카닉’, 전력분석관까지 모두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며 “스포트라이트 밖에 있는 구성원도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진정한 ‘원팀 코리아’”라고 강조했다.
선수단장이라는 자리도 형식적인 명예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부단장을 맡았다. 당시 대회가 임박해서야 선수단 운영에 참여하면서 준비 기간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통상적인 대회보다 이른 시점에 선수단장으로 선임됐다. 이 단장이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에게 직접 건의한 부분이었다. 그는 “선수단장이 실제로 대회와 체육계에 기여하는 역할로 자리잡아야 한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선수단장의 모델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 목표로 금메달 40~45개를 내걸었다. 하지만 이 단장은 정작 금메달 숫자나 종합 순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지금은 메달 숫자를 먼저 말하기보다 출전 선수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사이클연맹 회장과 대한체육회 감사 등을 맡고 있는 이 단장이 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것은 어린 시절부터다. 외조부인 고(故)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은 1967년 대한역도연맹을 이끌었고, 부친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도 2005년부터 11년간 대한산악연맹 회장을 역임했다. 3대에 걸쳐 한국 체육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 단장 자신도 중학생 때 테니스 전문선수로 활동한 적이 있다.
이 단장은 “클럽 활동을 하다 전문 선수가 된 경험은 지금도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남아 있다”며 “생활체육에서 선수를 발굴하고 전문체육으로 연결하는 길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에 새로운 종목이 계속 들어오는 것도 스포츠가 생활 속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봤다.
기업을 운영하고 체육장학사업에 참여하면서 스포츠를 사회공헌의 관점에서도 바라보게 됐다.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을 밟은 데 이어 올해 2월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체육사 박사학위를 받은 이유다.
이 단장은 “스포츠의 미래를 설계하려면 잘됐던 시기와 어려웠던 시기를 모두 알아야 한다. 역사를 공부해야 현실을 제대로 보고 다음 방향도 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대회에 나서는 선수들도 대한민국 체육사에 자기만의 족적을 남겼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국립합창단 이사장도 맡고 있는 이 단장은 스포츠와 문화의 결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개·폐회식은 이미 거대한 종합예술무대다. 코리아하우스 역시 한국 스포츠뿐 아니라 문화유산과 예술상품을 함께 알리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이 단장은 “국가대표가 출전할 때 국립예술단체가 응원하고, 체육행사가 문화공연을 통해 더 세련되고 품격 있는 무대로 발전하는 모습이 새로운 기준이 됐으면 한다”며 “스포츠와 문화는 서로의 자긍심과 활동 영역을 넓혀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이 그리는 아시안게임의 최종 목적지는 경기장 밖에 있다. 국가대표의 활약이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넓어진 생활체육의 기반이 다시 전문체육을 키우는 선순환이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두부 자르듯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국가대표의 활약이 국민을 움직이게 하고, 생활체육이 넓어져야 엘리트체육에 대한 관심도 커집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응원으로 끝나지 않고 국민이 직접 몸을 움직이는 출발점이 됐으면 합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상현 아시안게임 선수단장
이상현 아시안게임 선수단장이 직접 커피차를 마련해 육상 국가대표 우상혁에게 커피를 선물하고 있다. 사진=대한체육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