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기 후반 이후 고려는 거란과 몽골 등 외세의 침략을 받았다. 나라의 존망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고려인들은 부처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이러한 절박한 소망을 담아 팔만대장경 제작이 시작됐다.
몽골 침략 이전에도 고려에는 거란의 침입을 불심으로 물리치기 위한 '초조대장경'이라는 불경이 있었지만, 몽골군의 침입으로 소실됐다. 이어서 간행된 불경은 '교장'으로, 이는 여러 불교 교파의 교리를 정리한 장서다. 이는 흔히 '속장경'으로 알려져 있으며 1096년(숙종 1)에 완성됐다.
13세기 몽골의 침입이 시작되자 고려인들은 다시 한번 불경을 새겨 부처의 가호를 얻고자 했다. 팔만대장경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제작된 재조대장경이다. 강화도에 설치된 장경도감(藏經都監)에서 제작이 이루어졌다.
팔만대장경 제작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된 대규모 사업이었다. 목판은 산벚나무, 돌배나무 등 최고급 목재를 사용했다. 목판은 두께가 2.6~4cm 정도로, 견고하고 오랜 시간 보존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또한 목판에 글자를 새기는 작업은 매우 정교하고 숙련된 기술을 요구했기 때문에, 각 분야의 최고 장인들이 참여했다.
팔만대장경은 유네스코에 두 번 등재됐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 장경판전 건물 자체가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뛰어난 건축 기술과 과학적인 보존 시스템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또한 팔만대장경 목판 자체는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인류 역사상 가장 방대한 불교 경전으로 인류의 지식과 문화를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