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왜 매너를 만들고 유지할까"…매너에 대한 역사학적 분석

생활/문화

뉴스1,

2024년 10월 22일, 오전 09:32

'매너의 역사'(휴머니스트 제공)
서구의 에티켓북과 처세서, 행동지침서, 편지, 매뉴얼 등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생산된 굵직굵직한 예법서 100여 권을 분석해 매너의 역사를 일별하는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 설혜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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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의 전통에서 매너는 그간 사소하고 하찮은 주제로 폄하되어 연구의 성과가 미진하거나 혹은 특정 시기에 한정돼 왔다. 사회학자 엘리아스의 '문명화 과정'은 매너의 역사를 탐구한 고전으로 오늘날까지도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세 말에서 르네상스 시기의 매너를 다뤄 아쉬움을 남겼다.

이런 연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저자는 노련한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20세기 말까지 긴 시간 전체를 아우르며 매너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주로 관념적인 차원에서 매너에 접근하는 기존 연구들과는 차별되게 구체적인 행동 지침과 그 양태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분석했다.

저자는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장구한 매너의 역사를 경유함으로써, 각 시대가 내세운 뚜렷한 매너의 이상이 사회경제적 변화와 조응해 행동 규범에 관한 일종의 유행을 창출했음을 확인한다. 또한 인류가 매너를 발명하고 오랜 시간 유지해 온 이유, 즉 예의범절의 존재 이유와 목적, 그리고 기능을 규명했다.

서양 매너의 이론을 정립한 아리스토텔레스와 키케로부터 중세의 기사도, 에라스뮈스와 로크의 예절 교육, 18세기 영국식 매너와 젠틀맨다움을 거쳐 상류사회의 엄격하고 까다로운 에티켓으로의 퇴행과 개인화된 20세기 에티켓까지, 그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인류가 왜 매너를 발명해 냈고 그토록 오랜 시간 유지해 왔는지 깨닫게 된다.

◇매너의 역사/ 설혜심 글/ 휴머니스트/ 3만 8000원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