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도 아름다운 몸, 신선한 공기 같은 행복 전할 것"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4년 10월 22일, 오후 04:12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현대무용을 본 뒤 하나도 이해 못 하겠다며 씁쓸한 기분으로 공연장을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제 공연은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프랑스 연출가 겸 안무가 필립 드쿠필레가 22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샤잠!’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22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만난 프랑스 출신의 연출가 겸 안무가 필립 드쿠플레(63)가 자신의 대표작 ‘샤잠!’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그는 “‘샤잠!’은 항상 즐겁지만은 않은 일상에 신선한 공기 같은 행복을 전하는 작품”이라며 “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운 몸의 움직임을 통해 기쁨을 느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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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쿠플레는 춤, 연극, 서커스, 마임, 비디오, 영화, 그래픽, 건축, 패션 등을 뒤섞은 화려한 비주얼과 멀티미디어 효과로 무용의 미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 아티스트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올림픽 개막식으로 손꼽히는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식 예술감독으로 유명하다.

오는 25~27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하는 ‘샤잠!’은 드쿠플레의 대표작이다. 1998년 칸영화제 50주년을 기념해 드쿠플레가 자신의 무용단 DCA 컴퍼니와 함께 제작했다. 영화의 본질인 실재와 구분할 수 없는 가상의 이미지 및 아날로그 영화 촬영 기법에 대한 오마주를 무용, 서커스, 음악 등 다채로운 요소로 담아낸 “하이브리드 공연”이다. 제목인 ‘샤잠’(shazam)은 ‘수리수리 마하수리’ 같은 요술사의 주문을 뜻한다.

프랑스 연출가 겸 안무가 필립 드쿠필레가 22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샤잠!’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샤잠!’은 1999년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이번 공연은 드쿠플레가 무용단 창단 35주년을 맞아 2021년 리뉴얼한 버전이다. 1998년 초연 당시 작품에 참여한 무용수, 음악가들이 이번 공연에도 그대로 함께 한다는 것이 특징. 드쿠플레는 “그동안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 점이 오히려 작품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초연 당시 20대였던 무용수는 이제 50대가 됐다. 40대만 돼도 현역 무용수로 무대에 서기 쉽지 않다고 여겨지는 무용계 관례를 생각하면 ‘샤잠!’의 무용수 구성은 이례적이다. 드쿠플레는 무용수에게 나이 듦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초연 때 20대였던 무용수가 다리를 180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면 지금은 그 각도가 모자를 수 있습니다. 무용수들의 기술력이 초연과 비교해서 95% 수준이라면 나머지 5%는 시간의 흔적이 만들어내는 충만함과 우아함이 채우고 있어요. 함께 작업하는 배우, 광대, 무용수는 예술가이기 이전에 ‘사람’입니다. 한 작품에서 각각 맞춤형의 역할을 가진 이들을 누군가 대체할 수 없습니다.”

필립 드쿠플레 대표작 ‘샤잠!’. (사진=LG아트센터)
드쿠플레는 ‘프랑스 복합 예술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어린 시절 만화작가가 꿈이었던 그는 마임·서커스·무용 등을 배우기 위해 여러 학교에 다녔다. 영화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영상의 시대인 지금 드쿠플레는 공연예술만이 가진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대에서 공연을 보는 것, 특히 무용수의 아름다운 동작과 몸을 보는 것은 물리적인 접촉과 같다. 공연장에서 관객과 함께 공연을 감상할 때 공유할 수 있는 ‘집단 감동’에서 오는 울림도 크다”며 “영화가 공연예술을 대체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드쿠플레는 ‘샤잠!’을 보러 올 관객에 공연 시작 15분 전까지 공연장에 도착할 것을 권했다. 공연 시작 전 로비에서부터 분위기를 띄우는 퍼레이드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드쿠플레는 공연 오프닝에도 무용수로 직접 출연한다. 그는 “즉흥적인 무언가를 할 텐데 자세히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니 공연장에 와서 확인해달라”며 웃었다.

필립 드쿠플레 대표작 ‘샤잠!’. (사진=LG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