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탄 무사 꼭두(사진=국립민속박물관)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사진=국립민속박물관)
꼭두는 사람은 친숙한 이승을 벗어나 저승으로 향하는 망자의 여행길 동반자가 되어주는 목각 인형이다. 한국의 장례 의식에서 무덤까지 관을 옮기는 도구인 상여의 부속물로 15세기와 17세기 땐 각각 곡도와 곡두로도 불린 꼭두는 이별을 앞둔 자들의 아쉬움을 가득 담아 화려하게 꾸미는 상여 곳곳에 자리해 망자의 곁을 지켜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평생 꼭두를 수집한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이 지난해 기증한 꼭두 25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죽음에 이른 망자의 시중을 들어주는 ‘시종 꼭두’, 물구나무서기까지 하며 망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재주를 부리는 ‘광대 꼭두’, 근엄한 표정으로 호랑이를 타고 위협으로부터 망자를 지키는 ‘호위 꼭두’ 등 모양새와 역할이 제각기 다른 형형색색 다양한 꼭두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재주를 부리는 광대 꼭두(사진=국립민속박물관)
말을 탄 무사 꼭두(사진=국립민속박물관)
1부 ‘낯섦, 마주하다’에서는 ‘시종 꼭두’를 비롯해 신선, 선녀, 부처, 승려, 무당 등 다양한 모습의 꼭두가 망자를 위로한다. 가족의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 망자가 편안하게 저승에 이를 수 있도록 의례를 준비한다.
2부 ‘이별, 받아들이다’에서는 ‘광대 꼭두’들이 더이상 이승의 연인을 이어갈 수 없는 안타까움과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진 두려움 등으로 아픔을 겪는 망자를 위로한다. 살아 있는 이들은 이승의 한과 부정을 씻어내고 온전하게 저승에 이르도록 하는 씻김굿을 비롯한 여러 의례를 행한다.
3부 ‘여행, 떠나보내다’는 ‘호위 꼭두’들의 활약 무대다. ‘호위 꼭두’들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무기를 든 채 멀고도 험한 저승길에서 나쁜 액으로부터 망자를 지킨다. 한편 살아 있는 이들은 망자가 화려한 상여를 타고 집과 마을을 돌며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하며 명복을 빈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2일 전시 언론 공개 현장에서 만난 임세경 학예연구사는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돌아가셨다’는 말로 죽음을 표현하곤 했고,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죽음이라고 생각했다”며 “저승길이 이승에서 꿈꾸던 이상향으로 향하는 여행길처럼 느껴지도록 공간을 구성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23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