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알박기’에 ‘상대원2구역’ 시공사 철수…‘분당 이주대책’ 제동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4년 12월 27일, 오전 05:00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오는 2027년 5000가구 이상이 공급돼 분당 선도지구 재건축의 이주 수요를 흡수할 예정이었던 성남시 상대원2구역 재개발 사업이 교회의 ‘알박기’로 중단 위기에 놓였다.

주민 전원이 이주를 마치고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인 상대원2구역의 항공사진 모습. 상대원2구역 중간에 위치한 교회가 이주를 거부하며 철거 작업이 중단됐다. (사진=상대원2구역조합)
계획대로라면 이 지역은 올해 철거를 마치고 내년 착공에 들어가면서 일반 분양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교회가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하며 철거를 거부하고 있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지자 시공사도 인력과 장비를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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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상대원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인 DL이앤씨는 최근 조합에 해당 구역에 위치한 교회의 이주지연에 따른 철거공사 중단을 통보했다.

상대원2구역은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3910번지 일원 24만 2045㎡에 43개동, 최고 29층 5090가구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대규모 사업이다.

2022년부터 이주가 진행돼 현재 99% 이상 마무리됐고, 철거공사도 80%가량 이뤄졌지만, 교회가 감정가보다 2배 이상 높은 수 백억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조합에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상대원2구역 조합장은 “사업부지 내에 위치한 교회는 종교용지를 분양받기로 한 조합원으로 현금청산 등의 보상대상자가 아님에도 현금청산 그 이상의 과도한 요구를 하며 7개월 이상 사업지연을 하고 있다”며 “재개발 사업은 관련 법령에 따라 이런 알박기를 못하게 명도소송 등으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기에 조합은 명도소송 통해 승소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교회와의 명도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또 다른 문제는 구청에서 교회의 철거를 조건부로 승인하고 있어서다. 구청은 현재 조합에게 교회의 철거동의서를 받아올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교회가 동의서를 조합에 주지 않으면서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상대원2구역 조합원은 “교회는 기존에 300억원 가량의 보상금을 요구했지만 명도 소송 결과가 나온 후 150억원에서 협상을 시작하자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감정평가대로라면 교회 부지는 70억원대로 보상을 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원2구역 정비 사업은 1기 신도시 분당의 정비사업 이주 대책과도 연관성이 높다. 국토교통부는 1기 신도시 분당 재개발 이주 대책과 관련해, 상대원2구역을 포함해 주변 지역에 새로 공급 예정 주택들로 자연스럽게 흡수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2027년 새로 공급되는 분당 주변 지역들 중 상대원2구역은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이 지역 공사가 중단될 경우 이후 분당 일대 전셋값 상승 등 이주 대란을 부추길 수 있단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7년 분당 선도지구 이주 수요를 흡수할 주변 지역으로 국토부는 상대원2구역 5000가구, 도환중1구역 2000가구, 신현2구역 200가구, 죽전마을 200가구, 무지개마을 600가구, 느티마을3구역 800가구, 과천 주암 2400가구, 과천 주암장군마을 900가구 등을 꼽았다.

상황이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시공사인 DL이앤씨는 이달 18일 조합에 철수 공문을 전달했다.

앞서 DL이앤씨는 공고에서 “2024년 2월부터 착수해 수행하고 있는 철거공사가 구역 내 교회 등의 미이주로 인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12월 18일부터 철거장비와 인력을 현장에서 철수하게 됐다”면서 “이로 인해 장비 반출, 재반입, 대기비용과 공사지연에 따른 현장 상주인력 관리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