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멧 갈라는 미국판 보그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코스튬 인스티튜트(Costume Institute)'가 매년 주최하는 자선 행사로, 올해 '멧 갈라 2025'의 주제는 '슈퍼파인: 블랙 스타일 테일러링(Superfine: Tailoring Black Style)' 으로 2003년 'Men in Skirts' 이후 첫 남성복 중심의 주제이며, 핵심은 '블랙댄디즘'(Black Dandyism)이다.
사전적으로 우아한 복장과 세련된 몸가짐으로 대중들에게 정신적 우월감을 은연중에 과시하는 멋쟁이 및 맵시꾼의 태도를 나타내는 단어인 '댄디즘'(Dandyism) 과 흑인들, 흑인 문화를 뜻하는 '블랙(black)'이 합쳐진 '블랙댄디즘'(BlackDandysim)은 흑인 남성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없었던 과거에, 본인들의 정체성을 클래식한 양복에 표현하고 은근히 녹여내던 시절부터 이어져 왔다.
이러한 주제에 맞게 이번 '멧 갈라 2025'의 드레스코드 또한 'Tailored for you'로 정해졌는데, 과연 '멧 갈라 2025'의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된 셀럽들은 드레스코드에 맞추어, 어떻게 테일러링에 본인의 정체성 혹은 각자의 개성을 녹여냈는지 알아보자.


그룹 세븐틴의 리더인 에스쿱스는 이번 '멧 갈라 2025'에 브랜드 보스(Boss)의 글로벌 앰배서더로서 참석했다.
에스쿱스는 클래식한 댄디 스타일을 기본으로 하되, 한국적인 요소가 추가된 수트 셋업을 착용하고 나온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클래식하고 전통적인 서양 댄디즘에 흑인 컬처와 문화를 담아내는 것보다는 한국적인 정체성을 더해 드레스코드를 해석한 것.
저고리에서 영감을 받은 수트의 디자인은 실루엣이 넓고 여유로운 스타일과 유려하게 흐르는 주름 디테일과 돋보이며, 두루마기를 닮은 듯한 코트도 보다 한국적인 전통미를 강조했다. 여기에 코트 안과 밖의 색을 다르게 둔 디테일과 전반적인 그레이 컬러의 아웃핏과 헤어 컬러의 톤온톤 매치를 통해 더욱 완성도 있는 룩을 보여줬다.

또 다른 한국인 베스트 드레서 중 한 명으론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가 있다.
'인간 샤넬' 제니는 칼 라거펠트의 샤넬 FW87 룩에서 영감을 받아서 커스텀 제작된 턱시도 드레스를 선보였다. 진주 목걸이와 흰색 실크 장식이 들어간 오프숄더 상의는 FW87 룩을 그대로 연상케 했고, 블랙 새틴 점프수트와 화이트 안감 대비가 돋보이는 오버스커트를 착용하여, 세련된 테일러드 스타일을 선보였다.
수트 팬츠, 점프수트 디자인과 페도라 등 전반적으로 남성적이고 클래식한 턱시도를 연상케 하는 아이템들로 코디해 남성복 중심의 이번 '멧 갈라 2025' 주제에 맞춰 해석하는가 하면, 오버스커트 레이어드와 샤넬 FW87 룩의 모티브를 통해 역설적으로 클래식한 남성 수트의 테일러드 스타일을 현대적이고 여성스럽게 풀어내며, 세련됨과 우아함을 동시에 표현해냈다.

해외셀럽들 또한 각자의 개성을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헐리우드 배우 젠데이아는 멧 갈라하면 빼놓을 수 없는 베스트 드레서다. 그녀는 퍼렐 윌리엄스가 디자인한 커스텀 루이비통 스리피스 수트를 선보였다.
20세기 초반 미국 흑인들이 즐겨 입던 '주트 수트'(Zoot Suit)를 모티브로 한 그녀의 패션은 하이웨이스트 실루엣의 특징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트렌드에 걸맞은 플레어 스타일의 팬츠로, 현대적으로 테일러링을 재해석했다.
또한 주트 수트 모티프뿐만 아니라 인권 운동가이자 배우인 비앙카 재거의 올화이트 수트를 오마주한 것으로 알려져, '블랙댄디즘' 주제에 걸맞은 해석을 보였다.


젠데이아 외에도 또 다른 멧 갈라 단골손님이 이목을 끌었다. 바로 '멧 갈라의 여왕' 팝스타 리한나이다.
리한나는 수트 재킷을 변형한 듯한 디자인의 스커트와 크롭한 턱시도 재킷으로 테일러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스트라이프 패턴의 스커트와 트렌디한 도트 패턴의 버건디 넥타이를 믹스하여 과감하게 포인트를 줬다.
전반적으로 남성복 위주의 댄디룩을 연상케 하는 아이템들이지만, 과장된 실루엣의 페도라, 자켓의 스커트화, 이너로 매치한 코르셋 바디수트를 통해 전형적인 남성 댄디룩을 깨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렇다면 리한나의 남자 친구이자, 이번 '멧 갈라 2025'의 공동 의장인 래퍼 에이셉 라키의 착장은 어떨까.
에이셉 라키는 클래식한 블랙 수트에 스포티한 파카, 선글라스를 매치하는 현대적인 테일러링을 통해 댄디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여기에 리볼버 모양의 손잡이가 달린 보석 디테일의 우산을 액세서리로 들고 등장해 한층 이목을 끄는 패션을 완성했다.
특히, 에이셉 라키의 파카는 본인의 브랜드인 'AWGE'에서 제작한 '더블 브레스트 테크니컬 울 재킷'으로 어린 시절 할렘에서의 아웃도어 브랜드 ‘마모트(Marmot)’ 재킷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클래식하고 포멀한 댄디룩에 그의 어린 시절과 할렘의 문화가 담긴 재킷을 매치하여, 말 그대로 댄디즘에 흑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녹여낸 '블랙댄디즘'을 현대적으로 완성해 낸 것이다.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잘 녹여낸 셀럽은 에이셉 라키 뿐만이 아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래퍼 배드 버니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푸에르토리코의 특성상 나타나는 카리브 문화 양식이 반영된 프라다의 커스텀 아이템들을 통해 본인의 뿌리와 문화적 정체성을 강하게 표현했다.
밀짚처럼 엮은 모자와 라피아 넥타이를 통해 카리브해와 중남미의 자연과 지역적인 요소를 클래식한 댄디룩에 녹여냈다. 여기에 2025년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전망되는 복고풍의 빈티지한 볼링백을 더해 룩을 완성했다.

이렇듯 모두가 각자의 패션을 뽐내며 행사장에 도착한 모습과 달리, 멧 갈라 등장 직전까지 이동식 하얀 박스 속에 숨어 패션을 꽁꽁 숨긴 셀럽도 있다. 바로 여성 래퍼 도이치다.
멧 갈라 등장 직전까지 아웃핏을 꽁꽁 숨겨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 도이치는 루이비통의 수트를 입은 채 등장했다. 클래식한 턱시도 테일 코트에 수트 쇼츠를 매치해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댄디즘을 보다 캐주얼하고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여기에 시가 퍼포먼스와 LV 모노그램 패턴 등 자유로운 개성을 한껏 더하여 뛰어난 스타일을 보여줬다.
또한, 얼굴에 상처처럼 새긴 LV 메이크업은 아프리카 흑인들의 전통적인 흉터 타투(Scarification)를 연상케 하며, 이와 함께 아프로헤어 또한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담아낸 요소로 보여진다.
이렇듯 '멧 갈라 2025'는 개성과 문화의 경계를 허물며, 수많은 셀럽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패션에 녹여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로 막을 내렸다.
각자의 스타일을 통해 'Superfine: Tailoring Black Style' '블랙댄디즘' 'Tailored for You' 라는 테마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했고, 문화적 자부심과 정체성, 우아함을 동시에 표현한 그들의 모습은 이번 주제는 물론, 나아가 패션이 단순히 의상이 아닌 자기표현의 중요한 수단임을 보여준다.
사진=연합뉴스 AP/AFP/EPA, 유튜브 V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