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으로 여행을 바꾸다…‘지식 가이드 혁신’ [관광벤처 탐방]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5월 16일, 오전 06:01

경복궁의 야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은 사진 한 장을 남기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면 여행이 더욱 의미 있고 기억에 남을 수 있을까. 그 답은 바로 ‘지식’에 있다.

2017년 설립된 관광 스타트업 ‘트래블레이블’은 여행의 본질을 변화시키는 키워드로 ‘지식 가이드 투어’를 꼽았다. 기존의 패키지 상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쇼핑 유도나 팁 강요 없이 전문적인 해설을 중심으로 한 순수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현재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 서대문형무소 등 주요 문화유산 유료 해설 프로그램 외에 외국인을 위한 맞춤형 투어로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용규 트래블레이블 대표는 유럽에서 12년간 문화 해설 가이드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서도 수준 높은 해설 투어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창업했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일수록 인간 중심 콘텐츠의 가치는 더욱 중요하다”며 “정보 나열이 아닌 스토리텔링을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사람들에게 더 큰 즐거움과 감동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래블레이블의 가장 큰 특징은 관광지를 단순히 둘러보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복합 콘텐츠로 다룬다는 점이다. 경복궁을 해설할 때에는 그저 건축물 하나에 그치지 않고 중국, 베트남, 터키 등 다른 나라의 궁궐과 역사적 배경을 비교·설명함으로써 참가자들에게 더 넓은 역사적 시각을 제공한다.

가이드 개인의 실력에 따라 참가자의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트래블레이블은 자체 제작한 해설 스크립트를 활용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러한 방식을 하나의 연극에 비유했다. 능력 있는 배우(가이드)와 좋은 대본(해설)이 만나 완벽한 무대(관광지)를 선보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자체 콘텐츠 제작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트래블레이블은 많은 인력과 자본, 긴 시간을 들여 만든 스토리텔링형 콘텐츠를 책으로도 출간하고 있다.
이 대표는 “가이드 덕분에 역사와 미술, 여행을 좋아하게 됐다는 후기를 받을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면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누가 한국에서 돈을 내고 해설을 듣겠냐’라고 걱정했지만 이제는 나름의 답을 찾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트래블레이블은 지식 콘텐츠 기반의 전문성을 살려 기업 맞춤형 워크숍, 인문학 강연, 미술 전시 도슨트 등 B2B와 교육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CGV와 협력한 미술·여행 강연 프로그램 ‘씨네뮤지엄’은 2만 명 이상의 관객을 유치하며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회사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연 매출 1억 원 이하였던 시기를 지나 2023년에는 6억 원을 넘겼고, 올해는 더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트래블레이블은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현장 경험의 가치를 강조하며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여행 산업의 본질은 이동이 아니라 경험이고, 그 경험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콘텐츠에서 시작된다”며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에도 따뜻한 사람의 온기와 감동을 전하는 회사로 나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용규 트래블레이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