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실학자 박제가 친필로 쓴 '북학의' 등 9건 보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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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7월 01일, 오전 10:15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1750~1905)가 쓴 책, 허준(1539~1615)의 의학 전문 서적 등이 보물로 지정된다.

박제가 고본 북학의. (사진=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은 △‘박제가 고본 북학의’ △‘구례 화엄사 벽암대사비’ △‘대혜보각선사서’ △‘예기집설 권1~2’ △‘벽역신방’ △‘합천 해인사 금동관음·지장보살이존좌상 및 복장유물’ △‘창원 성주사 석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 △‘강화 전등사 명경대’ △‘삼척 흥전리사지 출토 청동정병’ 등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각각 지정 예고했다고 1일 밝혔다.

‘북학의’는 박제가가 1778년 청의 북경을 다녀온 뒤 국가 제도와 정책 등 사회와 경제의 전 분야에 대한 실천법을 제시한 지침서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수원화성박물관 소장 ‘박제가 고본 북학의’는 작성 시기가 초기본에 가장 가깝고 박제가의 친필 원고로 만든 ‘고본’(稿本)이라는 점이 분명해 가치가 탁월하다는 평가다.

‘벽역신방’은 1613년 허준이 국왕의 명령으로 편찬한 의학 전문 서적이다. 광해군대에 유행했던 당독역(성홍열로 추정)에 대한 허준의 경험, 이론적 견해, 치료법 등이 담겨 있어 전염병 연구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다. 지정 예고 대상인 동은의학박물관 소장의 ‘벽역신방’은 다른 동일 판본들이 사고본이나 관서본인데 비해 개인에게 내려준 사례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벽역신방. (사진=국가유산청)
‘구례 화엄사 벽암대사비’는 임진·병자 양난 이후 화엄사 중창 등 피폐화된 불교 중흥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벽암대사(1575~1660년)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입적 3년 뒤에 세워진 비석이다. 독특한 조형성과 빼어난 기술적, 예술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대혜보각선사서’는 중국 임제종의 제11대 제자였던 보각선사 대혜가 송나라 때 편찬한 선종 전적이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등용사 소장본은 11행 20자 계열 판본으로 국내외에서 3건 정도만 확인되는 희소성 있는 자료다. 또한 당시 조선 불교계의 실체·동향 등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록유산이다.

‘예기집설’은 고대 중국의 예에 대한 기록과 해설을 정리한 예기에 원의 주자학자인 진호가 주석을 단 유교서이다. 지정 예고 대상인 ‘예기집설 권1~2’는 1328년 중국 건안의 정명덕가(鄭明德家)에서 처음 조성된 목판본을 저본으로 1391년 경상도 상주에서 복각된 판본으로 추정된다. 고려 판본으로 희소성이 있으며 현존하고 있는 국내 판본 중 제작 시기가 가장 앞선다는 점 등에서 가치를 지녔다.

구례 화엄사 벽암대사비. (사진=국가유산청)
‘합천 해인사 금동관음·지장보살이존좌상 및 복장유물’은 현존하는 고려시대 불교조각 중 제작 연대까지 명확해 고려 후기 불교조각의 도상과 양식을 밝혀줄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뛰어나다.

‘창원 성주사 석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은 수조각승 승호(勝湖)를 비롯한 조각승들이 1681년 완성해 성주사에 봉안한 것으로 제작 당시의 완전한 구성을 유지하면서 원 봉안처에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강화 전등사 명경대’는 제작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연구가 어려운 17세기 목공예 작품 중 기준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뛰어나다. ‘삼척 흥전리사지 출토 청동정병’은 현존 사례가 희소한 통일신라의 정병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자료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한 보물 총 9건에 대해 30일간 예고를 거쳐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각각 지정할 예정이다.

해인사 금동관음지장보살이존좌상 및 복장유물. (사진=국가유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