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의 AI아트] 'Crypto Week'로 본 시각예술계의 3가지 로드맵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7월 15일, 오전 08:32

Ai-Da의 초상화는 앨런 튜링을 묘사하고 있는데, 그는 선구적인 컴퓨터 과학자이자 인공지능 연구의 초기 인물이다 (출처 소더비)
[이데일리 고규대 기자]미국 하원이 크립토 위크(Crypto Week·2025.07.14.~07.18)를 맞아 GENIUS Act, CLARITY Act, CBDC Anti-Surveillance State Act 등 3대 법안을 한꺼번에 처리한다. 이들 법안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은행 지급보증을 부여해 담보투명성을 확보하고, NFT를 디지털 상품으로 규정해 탈중앙화 성숙단계별 규제를 적용하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제도권 편입과 규제 명확화를 통해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고, 활용도를 극대화할 기반을 다지게 된다. 동시에 NFT 및 토큰화 예술품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감독 하에서 거래되며, 미국 예술 시장은 제도권 금융과의 연결점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소더비(Sotheby’s)가 인공지능 로봇 작품 ‘A.I. God’을 108만 달러(약 14억 원)에 암호화폐로 낙찰하고 블록체인으로 온체인 영수증을 공개한 사례는, 명확한 규제가 어떻게 신뢰 자산을 창출하는지를 보여준다. 백악관 디지털자산 워킹그룹이 7월 22일 발표할 보고서에는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 도입과 연방기관 디지털 자산 수탁 가이드라인이 포함될 예정이다. 또한 JP모건과 씨티은행이 NFT 수탁 상품을 출시했다. 통화감독청(OCC)의 은행 스테이블코인 업무 사전승인 폐지 조치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한국 시각예술계는 이 같은 기회를 어떻게 과제로 전환할 수 있을까? 세 가지 로드맵을 제안한다.

첫째 스테이블코인 결제 게이트웨이 구축이다. 국내 주요 화랑협회와 부산아트페어는 2026년 전시 부스에 USDC,USDT 전용 결제 존을 운영해 해외 컬렉터의 환전 및 송금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 GENIUS Act가 보장하는 담보준비금의 투명성 덕분에 결제 리스크는 사실상 사라진다. 아울러 국립현대미술관은 비트코인·스테이블코인 기부 지갑 모델을 도입해 글로벌 기부 네트워크를 흡수해야 한다.

둘째 온체인 저작권 및 수익배분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저작권위원회, 주요 가상자산거래소가 협력해 K-Art NFT 표준 스마트계약을 개발해야 한다. CLARITY Act의 탈중앙화 성숙 인증 절차를 활용해 저작권료 자동 분배 시스템을 제도권에 편입할 수 있다. 국내 NFT 작가의 실거래가, 소유이력, 2차 유통 로열티 배분 내역을 공개 데이터베이스로 투명화하면 해외 컬렉터의 신뢰 지표가 될 것이다. 공공 미술관도 기부 다각화를 위해 문체부와 기획재정부는 비트코인·이더리움·스테이블코인 기부 전용 금고를 설립하고 투명 회계 API를 지원해야 한다. 미국의 크립토 위크 입법 패키지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NFT 시장 구조, CBDC 금지라는 세 축으로 민간 블록체인 결제권을 제도화했다. 비록 글로벌 인프라 전환까지는 추가 전진이 필요하지만, 이미 결제 국경 제거, 소유권·저작권 자동 집행, 예술품 투자상품화라는 세 가지 혁신 동인을 제공하고 있다.

셋째, 교육·창작·투자를 결합한 종합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전국 예술 전문대학들은 졸업전시를 스테이블코인 기반으로 기획해보고, 학생 작품을 NFT로 발행해 판매 대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드로잉 플랫폼 ‘아트 봉봉’은 이미 지갑 사용법·세무 교육 등을 포함한 디지털 문해력 모듈을 제공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웹3 해커톤과 연계해 K-Art DAO 시범사업을 공모하고, 금융위원회는 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해외 커스터디 사업자 패스트트랙 승인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온체인 2차 창작 보상 조항을 명문화하고, 국세청은 스테이블코인 결제 및 토큰화 지분 거래의 부가세·양도소득세 가이드라인을 정비해야 한다.

한국 시각예술계가 3T(Token·Trust·Talent) 삼각 전략으로 선제 대응한다면, 국제적 기반 인프라를 발판삼아 글로벌 미술 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신속한 규정 정비와 현장 시범사업이다. 시각예술 분야의 정책 공백은 예술 생태계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 늦기 전에 선제적 대책이 절실하다.

△ 글=이상미 :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선도하는 전시기획자이자 아트테크 전문가다. 프랑스에서 예술경영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한국인 최초로 문화재 감정 자격을 취득했다. 국공립 기관의 융복합 전시와 정책 자문을 통해 공공성과 창의성을 연결해왔다. 현재 백남준포럼 이사장이자 이상아트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재물로는 [이상미의 미디어아트](이데일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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