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면 피곤해서”…단기 여행 만족도 높은 곳은?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7월 14일, 오후 04:56

[강경록 이데일리 여행전문기자] 여행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 한때 길고 멀리 떠나는 것이 여행의 미덕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소비자들은 ‘멀리’보다는 ‘가까이’를, ‘길게’보다는 ‘짧게’를 선택하고 있다. 하나투어가 자사 고객만족도 조사(HCSI)를 통해 분석한 결과는 이 같은 변화를 수치로 입증한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피서철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김포공항
지난 한 해 동안 하나투어 패키지 상품을 이용한 여행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7일 미만의 단기 여행이 7일 이상의 장기 여행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소비의 중심축이 ‘체류 시간’이 아닌 ‘경험 밀도’로 옮겨간 셈이다.

◇단기 여행 만족도 1위는 ‘시코쿠 4일’

만족도 1위는 일본 시코쿠를 4일간 여행하는 상품이었다. 2위는 치앙마이 5일, 3위는 오키나와 4일. 이들 여행지는 공통적으로 비행시간이 짧고 도착 즉시 휴식 또는 체험이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 ‘이동 피로감’은 줄이고 ‘여행 몰입감’은 극대화한 구성이다. 이는 MZ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에도 매력적인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 여행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일정의 가성비와 피로도가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는 점이다. ‘비행 시간은 짧고, 일정은 타이트하지 않으며, 휴식과 자유시간이 포함된 일정’이 높은 만족도로 이어졌다.

비행시간별로 분석한 만족도에서는 ‘4시간~8시간’ 구간이 압도적이었다. 이 구간은 한국을 기준으로 태국, 베트남, 대만, 라오스, 말레이시아, 홍콩 등이 속한다. 특히 치앙마이·다낭·라오스가 강세를 보였다. 이들 지역은 접근성과 체험 다양성, 물가 대비 만족도, 안전성 등에서 고루 높은 점수를 받는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일정별 만족도다. ‘4일, 5일, 6일’ 일정이 4~8시간 비행시간 내에서 가장 높았다. 장기간 체류보다 일정 압축과 효율을 추구하는 이용자의 니즈가 반영된 결과다.

◇‘힐링’은 여전히 핵심 키워드

테마별로는 ‘힐링휴양’이 압도적이다. 이는 팬데믹을 거치며 뚜렷해진 ‘쉼’에 대한 갈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이다. 특히 호캉스, 온천호텔, 자유시간 등을 포함한 상품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속도로 일상을 벗어나 재충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 외에도 지속가능한 여행, 다이닝/미식, 관광+자유형 상품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는 단순한 이동과 관람에서 벗어나 체험과 의미를 중시하는 여행자들의 정서 변화와 맞닿아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근거리·단기간 여행은 이제 단기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며 “퀵턴 여행의 수요는 물론, 주 4일제 시행 가능성 등 사회 전반의 근로 구조 변화가 여행 패턴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여행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에는 긴 휴가를 전제로 한 유럽, 미주 상품이 주요 수익원이었지만, 앞으로는 짧은 기간에도 높은 만족도와 반복 구매가 가능한 ‘근거리 단기 상품’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HCSI 분석 결과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짧게, 자주, 깊게’가 새로운 여행의 공식이라는 점이다. 여행객은 더 이상 많은 것을 보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회복’하고 ‘충전’하기 위해 여행을 택한다. 그 선택의 중심에 ‘단기·근거리·힐링’이라는 키워드가 자리잡고 있다.

이시간 주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