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여름 꼬막의 반전 매력'

생활/문화

뉴스1,

2025년 7월 17일, 오전 07:00

전호제 셰프.

지난주 마트에 갔다가 우연히 진열대 한쪽에 있는 꼬막을 발견했다. 추운 겨울에나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 때문에 '지금 꼬막이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크기는 다소 작았지만, 마감 세일로 가격이 저렴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한 끼 식사로는 제격이었다.

꼬막은 크게 참꼬막, 새꼬막, 피조개로 나뉜다. 제철은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이지만, 여름에도 생꼬막을 구할 수 있다. 요즘 나오는 꼬막은 속이 꽉 차고 맛도 좋아 굳이 추운 겨울을 기다리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예전에는 날씨가 추워지면 리어카에 꼬막을 가득 싣고 동네 골목골목을 다니던 상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30년 전만 해도 꼬막 1kg에 1000원이었다고 하니, 당시 서민들에게 꼬막은 부담 없는 반찬이었다.

지금 구할 수 있는 꼬막은 새꼬막과 피조개 두 가지다. 참꼬막과 새꼬막은 꼬막 표면의 빗살 수로 구분할 수 있다. 새꼬막은 30~40개 정도 홈이 있고 약간의 솜털이 있다. 반면 참꼬막은 홈의 개수가 적으며 홈이 깊은 편이다. 피조개는 크기가 새꼬막의 두 배 정도 된다.

꼬막의 장점은 풍부한 살집과 쫄깃한 식감, 그리고 고단백 식재료라는 점이다. 꼬막 100g에는 12g 정도의 단백질이 들어 있는데, 이는 달걀과 비슷한 수준이다.

"꼬막은 여름철 밥도둑 반찬"
한때 꼬막은 먹기 위험한 조개의 대명사였다. 1980년대 신문 기사를 보면 특히 여름철 꼬막을 먹고 생사를 달리했다는 뉴스가 많았다. 그 여파로 꼬막에서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사망사고가 나면 피서철 횟집이 텅 비기도 했다. 당시에는 위생 관념이 지금만 못했고 조개를 생으로 먹는 습관도 많았던 것 탓일 것이다. 꼬막은 데쳐 먹으면 안전하므로, 이 점만 잘 지키면 된다.

공급 측면에서도 꼬막은 편리하다. 이미 자숙 된 꼬막 가공품이 많이 유통되고 있어 다른 조개류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 또 종류도 다양한 편이다. 냉동 제품도 있고 골뱅이 통조림처럼 캔으로 된 것도 구할 수 있다. 수입산이지만 건 꼬막도 있는데, 냉장 보관이 어려웠던 때에는 주로 말려서 보관했다고 한다.

가공식품으로 편하게 먹을 수 있지만 맛과 육즙 면에서는 생꼬막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다. 생꼬막은 적당히 데쳐야 맛이 있다. 잘 씻은 꼬막을 찬물에 넣고 약간의 소금을 넣어 불에 올린다. 잘 보고 있다가 끓기 시작해 한두 개가 입이 열리는 순간 바로 건져낸다. 식힌 뒤 한쪽 껍질을 벗겨내고 작은 냄비에 층층이 쌓아가며 양념장을 적당하게 얹어 준다. 먹기 전 냄비를 살짝 데워주면 입맛 없는 여름철에 좋은 밥도둑 반찬이 된다.

냄비 밑에 남은 육즙과 양념장은 그 자체로 감칠맛이 농축된 국물이다. 밥에 조금씩 넣어 비벼 먹거나 강된장을 끓일 때 넣어 주면 좋다.

여름 별미를 찾고 있다면 신선한 꼬막은 어떨까. 폭염으로 흘린 땀에 입맛조차 없다면, 여름 꼬막이 사라진 입맛을 되찾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shef73@daum.ne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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