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카형 증기기관차 모습.(코레일유통 제공)
1967년 8월 31일, 서울역에서 거대한 철마가 마지막 기적 소리를 울렸다.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굉음을 내던 증기기관차 '미카형 304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899년 우리나라 최초의 경인선 개통 이후 약 70년간 한반도 곳곳을 누비던 증기기관차 시대의 막이 내리는 순간이었다.
당시 서울역은 증기기관차의 마지막 운행을 보려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기적 소리가 울리고 기차가 서서히 움직이자, 누군가는 손을 흔들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조용히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기차가 뿜어내는 하얀 수증기와 검은 연기는 아련한 추억처럼 허공으로 흩어졌다.
우리나라 철도 역사의 산증인인 증기기관차는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수탈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지만, 해방 이후에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재건의 희망을 실어 날랐다. 피난민을 태우고, 구호물자를 운반하며, 산업 발전에 필요한 자원을 나르는 등 국가 재건과 경제 성장의 동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 없었다. 1960년대부터 점차 디젤기관차가 증기기관차의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증기기관차에 비해 월등히 빠른 속도와 효율성을 자랑하는 디젤기관차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 성장을 견인할 주역으로 떠올랐다. 마지막 운행을 마친 미카형 304호는 대전철도보급창으로 옮겨져 전시용으로 보존됐다.
증기기관차가 사라진 뒤, 우리나라 철도는 급격한 발전을 거듭했다. 디젤기관차는 물론, 1974년 수도권 전철 개통과 함께 본격적인 전기철도 시대가 열렸고, 2004년에는 고속철도 KTX가 운행을 시작하며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었다.
증기기관차의 마지막 기적 소리는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낡은 철마지만, 그 굉음과 검은 연기는 우리 근대사의 한 페이지를 여전히 힘차게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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