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키오스크 학교'
이서아의 '키오스크 학교'는 쓸모와 효율을 강요하는 사회에 맞선 아이들의 생존기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감시와 굴종 속에서도 우정과 사랑을 지켜내려는 소녀들의 투쟁을 환상적 서사로 담아냈다.
이 작품은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52번째 책으로 출간된 이서아의 첫 장편소설이다. 2021년 등단 이후 특유의 동화적 문체와 잔혹한 현실을 교차시켜 온 이서아는 이번 소설에서 사회와 인간성의 근본을 집요하게 탐구한다.
'키오스크 학교'는 효율을 숭배하는 사회가 아이들에게 미래를 약속한다는 명목으로 설립한 교육 기관이다.
아이들은 입학 과정에서 자신의 불행과 우울을 증명해야 하며, 입학 후에는 '심장의 일'이라 불리는 우정·사랑·연민은 철저히 금지된다. 오직 순종만이 요구된다. 그러나 너무도 인간적인 아이들의 마음은 차츰 균열을 드러낸다.
학교에서의 직업 훈련은 더욱 기이하다. 약 분류 같은 무료한 일, 강당에서 기어다니기와 같은 모욕적 행위, 인간을 닮은 로봇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훈련이 이어진다.
학교는 감시로 아이들을 억압한다. 철조망, 숲과 절벽에 둘러싸인 고립된 위치, 감시인의 차가운 눈빛은 불복종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아이들은 서로를 지킨다.
모라와 초희, 원혜와 주디 같은 소녀들은 감시의 눈을 피해 우정과 사랑의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소설은 이 연대가야말로 심장이 하는 일임을 드러낸다.
이서아는 전작 '어린 심장 훈련'에서 이미 심장과 인간성을 주제로 삼았다. 이번 장편에서도 그는 인간의 변덕과 연약함을 오히려 변화와 용기의 원천으로 삼는다. 환상과 현실을 교차하는 문체는 독자를 기묘한 긴장 속으로 끌어들인다.
△ 키오스크 학교/ 이서아 지음음/ 민음사/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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