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주범에서 생명의 창조자로…새롭게 읽는 탄소

생활/문화

뉴스1,

2025년 9월 16일, 오전 11:45

[신간] '탄소라는 세계'

세계적 환경운동가 폴 호켄이 '탄소라는 세계'를 통해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낙인찍힌 탄소를 새로운 시각에서 풀어냈다. 이 책은 생명의 기원에서 첨단 과학과 기후위기까지, 탄소가 직조한 세계사를 담아낸다.

책은 총 15장으로 짜였다. 1장과 2장에서는 인간이 지구를 길들일 수 있다는 착각을 짚으며, 탄소가 추는 재생의 춤을 은유적으로 풀어낸다. 이어 유리병 실험으로 지구온난화를 예언한 과정을 소개하고, 미생물에서 세포, 농장에서 주방까지 이어지는 탄소의 흐름을 보여준다. 호켄은 탄소가 흐르며 에너지를 전달하는 모습을 시적 언어로 묘사한다.

'탄소의 탄생'은 독자를 우주의 먼지구름으로 데려간다. 그는 우리가 "죽은 별의 후손"임을 강조하며, 탄소가 초신성의 폭발로 만들어져 지구와 생명의 기초가 되었음을 설명한다. 이어 4장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생명 정의를 두고 과학자들이 나눈 논쟁을 담는다. NASA 연구진이 합의한 생명의 기준인 '에너지 추출, 복제, 대사, 물과 탄소 기반'을 소개한다.

5장 '별빛을 먹다'와 6장 '유사 식품'에서는 음식과 농업으로 시선을 옮긴다. 빵 굽는 냄새 속 침의 분비부터 초가공식품의 범람까지, 우리의 식탁이 탄소의 춤과 얼마나 깊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은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설명은 곧 식문화와 건강, 산업 전반을 바라보는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7장 '나노 기술의 시대'는 탄소 분자의 혁신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풀러렌과 나노튜브의 발견이 어떻게 항바이러스제, 항공우주, 전자공학으로 확장됐는지 보여주며, 탄소가 첨단 산업의 동력이 되었음을 설명한다.

이어 8장 '녹색의 연결망'과 9장 '곰팡이 왕국'에서는 식물과 균류의 공생, 탄소 교환, 곰팡이가 연간 132억 톤의 탄소를 흡수하는 연구 성과를 통해 생태계의 탄소 순환을 해부한다.

[신간] '탄소라는 세계'

10장 '사라지는 언어들'과 11장 '곤충의 붕괴'는 언어 다양성과 곤충 세계의 붕괴가 탄소 순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명한다. 곤충이 사라질 때 식물의 꽃가루받이가 중단되고, 이는 다시 생태계와 인간 생존을 위협한다. 호켄은 이를 '탄소의 흐름이 끊어진 순간'으로 규정한다.

12장 '녹색 방주'와 13장 '검은 흙'에서는 숲과 토양의 회복력이 어떻게 지구의 탄소 저장고로 기능하는지 보여주며, 농업 혁명 이후 토양의 죽음과 회복의 과정을 추적한다.

14장 '잃어버린 야생'과 15장 '인식의 전환'에서는 인간이 자연을 복원할 수 있는지 묻는다. 호켄은 "자연은 나무를 심지 않는다"는 말을 인용하며, 인간이 신처럼 자연을 설계하려 하지 말고 산파처럼 환경을 돌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후위기의 해답이 탄소 포집 기술이 아니라 자연의 재생 능력에 있음을 역설한다.

호켄은 미국 최초로 지속 가능한 농업을 활용한 식품회사를 설립하고, 비영리단체 '프로젝트 드로우다운'을 통해 기후위기 해법을 제시해온 '녹색 구루'다. 그는 "탄소는 생명의 모든 자취에 활기를 불어넣는 공학자이자 제작자"라며 "탄소는 범죄자가 아니라 생명의 창조자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탄소를 기후위기의 원인으로만 보는 시각을 비판하기 때문에 기존의 환경운동 논의와 어긋날 수 있다.

△ 탄소라는 세계/ 폴 호켄 지음/ 이한음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1만 9800원

[신간] '탄소라는 세계'




art@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