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인 장사익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 앞에서 취재진과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9.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공연 제목처럼 두루마기에 재즈를 걸친 듯 어울리진 않지만, 살아가다 보면 다른 길로 가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엉뚱한 일을 벌이게 됐습니다."(웃음) '국민 소리꾼' 장사익(76)은 오는 10월 선보이는 공연을 소개하며 지금껏 입어 보지 않았던 옷을 걸치고, 한 번도 걸어보지 않았던 길을 걷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1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는 장사익 라운드인터뷰가 열렸다. 그의 '20년 음악지기' 정재열(57) 음악감독도 함께했다.
이날 인터뷰는, 다음 달 펼쳐지는 '두루마기 재즈를 입다' 공연에 앞서 열렸다. 장사익의 노래 인생 30주년을 기념하고, 올해 '한국-캐나다 상호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마련된 공연이다. 장사익은 캐나다 빅밴드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에 선다.
장사익은이번 공연을 앞둔 소감으로 "마흔여섯에 친구들 등에 떠밀려 노래를 시작했는데 어느덧 31년이 됐다"며 "노래하면서 목이 아파 고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노래 인생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고 했다.
이어 "저는 재즈를 잘 모른다"며 "그래도 제 소리와 재즈를 합하면 어떤 음악적 효과가 날지 궁금하고, 또 이런 '엉뚱한 도전'이 제게 큰 공부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재열(왼쪽) 음악감독과 장사익.(행복을 뿌리는 판 제공)
대표곡 '찔레꽃' '아버지' 등 재즈 옷 입고 재탄생
장사익과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2018~2019년 캐나다에서 진행된 공동 녹음 작업에서 시작됐다. 당시 장사익은 대표곡 가운데 15곡을 빅밴드 편성으로 새롭게 녹음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무대 공연은 연기됐다. 6년 만에 '재개'된 이번 공연에서는 당시 녹음에 참여한 단원들이 직접 방한해 국내 관객과 만난다.
녹음이 성사된 데에는 정재열 음악감독 공이 크다. 정 감독은 "한국적인 뿌리를 바탕으로 한 (장사익) 선생님의 강렬한 소리가 재즈 오케스트라와 만나면 어떤 새로운 울림을 낼지 무척 궁금했다"며 "그래서 선생님을 설득한 것"이라며 웃었다.
정 감독은 장사익의 노래 악보와 가사, 음악적 배경 등 구체적인 자료를 정리해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에 전달했다. 이후 오케스트라의 다섯 멤버가 각각 세 곡씩, 총 15곡을 맡아 자유롭게 편곡을 진행했다. 그렇게 대표곡 '찔레꽃' '아버지' '국밥집에서' 등이 재즈의 옷을 입고 새롭게 태어났다.
"슬픈 사람 위로하며 노래 인생 이어갈 것"
장사익은 녹음 과정에 대해 "목이 몹시 아픈 상태였기 때문에 제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서도 "라이브 무대에서는 나도 모르게 신기(神氣)가 솟아나곤 한다, 이번 공연도 기대 이상으로 힘이 샘솟을 것 같다"고 했다.
불혹 훌쩍 넘어 예기치 않게 들어선 노래의 길은 그의 고백처럼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16년 성대 결절 수술을 비롯해 30년 동안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 '늦깎이 소리꾼'에게 앞으로의 꿈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야구로 치면 제 인생은 8회 말쯤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이 들어 노래하기는 점점 힘들고 목소리도 삐걱거리지만, 슬픈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남은 노래 인생을 끝까지 이어가고 싶습니다."
이번 공연은 10월 19일 서울을 시작으로 21일 대구, 23일 안산, 25일 부산 등 총 4회에 걸쳐 진행된다.

음악인 장사익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 앞에서 취재진과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9.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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