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탄광촌이 미술관으로…태백 장성마을서 '비엔날레 날땅'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9월 16일, 오후 04:44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폐광 마을이 미술관으로 변신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탄탄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주최하는 제2회 ‘비엔날레 날땅: 뜻밖에 등장하는 윤곽들’이 오는 30일까지 태백시 장성마을 일대에서 열린다.

배주현 작가의 작품 ‘있다, 잇다’. 한 광부가 70년 넘게 생활한 고택에 무명실과 도자기를 이용해 탄광 지하 어둠 속에서 움직이던 수많은 노동의 손길을 표현했다. (사진=탄탄마을협동조합)
장성마을은 6000여 명의 광부가 연간 200만 톤이 넘는 석탄을 캐내던 국내 최대 탄광 장성광업소가 있던 곳으로 탄광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겪었다. ‘비엔날레 날땅’은 광산 폐쇄로 문화 소외가 깊어진 장성마을에서 2023년 처음 선보이며 지역 아이들에게 현대미술을 만날 기회를 열어줬다.

작가들은 장성마을의 서사를 작업에 담았다. 장성마을 주민들과 아이들도 작품에 참여했다. 또 다른 폐광지역인 정선에서도 비엔날레 날땅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1시간여를 걸려 학생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올해는 정희우, 황재순, 신예선, 배주현, 전지, 이다슬 6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신예선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감시를 위해 쓰인 태백경찰서 망루에서 광산 갱도와 폐광이 가진 폐쇄적 공간감을 포착한다. 배주현 작가는 한 광부가 70년 넘게 생활한 고택에서 무명실과 도자기를 이용한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전지 작가는 장성마을 지역 청소년의 스토리를 담은 만화 작업을 선보인다. 황재순 작가는 광산지역 목욕탕 ‘태양사우나’를 기억과 회귀의 장소로 되살린다.

태백 장성마을 주민들이 아이리스PC방 건물 지하에 전시된 전지 작가의 ‘불확실한 내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이 필요해’ 만화 원화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탄탄마을협동조합)
장성광업소의 광부 아파트인 화광아파트를 기억하는 특별 사진전도 열린다. 2019년 화광아파트 철거 당시 태백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꾸린 ‘찰칵 원정대’가 담은 사진들을 화광아파트 자리에 들어선 마을 영화관 옥상에서 만나볼 수 있다.

비엔날레 날땅 기획자 김신애 대표는 “제2회 ‘비엔날레 날땅:뜻밖에 등장하는 윤곽들’은 오래된 시간 속 묻혀 있던 기억들을 들춰내고 익숙했던 풍경을 낯설게 만든다”고 소개했다.

이진아 미술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는 장성마을과 열심히 사귀어 온 작가들이 폐광 마을 아이들과 주민에게 열어 보여주는 ‘나니아 연대기’의 옷장과도 같은 것”이라며 “마을 분들이 늘 반복해서 보던 일상의 공간들을 새로운 세계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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