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미 제국 연구'
앤서니 G. 홉킨스가 미국사를 '제국'과 '세계화'의 장기 파동 속에 다시 놓고 읽어낸 '미 제국 연구'를 펴냈다. 책은 탈식민 세계화까지 이어지는 3단계 도식으로 미국의 과거·현재·가까운 미래를 해명한다.
저자는 '제국=구세계, 미국=예외'라는 통념을 깨뜨린다. 그는 미국을 18~20세기 '세계화의 세 국면' 속 제국의 한 유형으로 재분류한다.
초기 세계화의 위기(혁명과 독립), 근대 세계화(산업화·국민국가·대외팽창), 탈식민 세계화(군사기지·재정·규범 중심의 영향력)로 궤적을 재배치한다.
초반부는 유럽의 군사·재정 국가들이 겪은 재정 압박과 전쟁이 어떻게 식민지 주변으로 파급됐는지를 훑는다. 1783년 이후의 미국이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영국과의 경제·문화적 유대를 유지한 채 '실질적 독립'을 더디게 획득했다고 서술한다.
미국은 남북전쟁과 19세기 후반의 공황·디플레이션, 자본·노동 갈등, 농촌 포퓰리즘이 뒤엉키며 미국 내 통합과 국가 건설이 재조정됐다. 이 흐름은 1898년 미·서 전쟁으로 이어져 쿠바·푸에르토리코·필리핀·하와이를 거느린 '섬 제국' 국면을 연다.
20세기 중반, 대공황과 2차대전, 탈식민의 파고 속에서 '공산품·원자재' 교환에 기댄 전통적 식민지 모델이 붕괴한다. 미국은 광대한 영토 대신 기지·재정·규범을 앞세운 영향력 전략으로 재편했고, 이는 영국·프랑스형 제국과 다른 '통제력의 한계'를 낳는다.
저자는 '미국의 세기'라는 자기서사를 경계한다. 1차대전 전후 여전히 영국·프랑스가 핵심 제국이었고, 전후 미국의 개입 역시 아시아·아프리카·라틴에서 잦은 실패와 반발에 부딪혔다고 짚는다.
저자는 남부 면화와 비아프라 석유, 알제리와 하와이, 대서양 의존성과 태평양 전선 등 비유·연결을 통해 미국사를 유럽 제국사·세계 경제사의 결절점으로 묶는다. 시기별 '지식·재정·무력'의 비용 구조가 바뀔 때 제국의 형식도 바뀐다.
책은 방대한 각주·사료와 더불어, 월트 휘트먼과 마크 트웨인, 에밀리 디킨슨을 호출하는 지성사적 곁눈질을 통해 읽는 맛을 더한다.
△ 미 제국 연구/ 앤서니 G. 홉킨스 지음/ 한승훈 옮김/ 너머북스/ 6만 6000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