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파편들의 침묵"…김춘환 '리어셈블드 사일런스-재조합된 침묵'전

생활/문화

뉴스1,

2025년 10월 23일, 오전 08:45

김춘환 '리어셈블드 사일런스-재조합된 침묵'전 포스터 (두손갤러리 제공)

김춘환 작가의 개인전 '리어셈블드 사일런스(Reassembled Silence)-재조합된 침묵'이 두손갤러리에서 24일부터 11월 2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 연작인 '언더커런츠(undercurrent, 물밑 흐름)'를 비롯한 2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끝없이 쏟아지는 이미지의 시대, 우리는 시각적 소음 속에서 살아간다. 광고, 잡지, 전단, 매뉴얼 등 일상에서 빠르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인쇄물들은 정보의 흐름 속에서 소멸한다. 김춘환은 이 버려진 파편들을 다시 모으고, 구기고, 자르고, 쌓는 과정을 통해 사라져가는 이미지의 잔해를 재조합한다. 그의 작업은 이러한 소음 너머의 '침묵'을 시각화하는 행위다.

작가의 손끝에서 종이는 물감처럼, 절단은 붓질처럼 기능한다. 특히 '언더커런츠' 연작의 핵심인 절단 행위는 감춰진 내면의 결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잘린 단면은 종이의 깊은 속살을 노출시키며, 그 안에는 시간의 주름과 기억의 지층이 겹겹이 쌓여 있다. 표면 위에서는 빛과 그림자가 부딪히고 사라지며, 반복된 손의 리듬 속에서 물질은 조용한 숨결을 얻는다.

김춘환 작가 (두손갤러리 제공)

김춘환의 작업은 회화와 조각, 언어와 물질의 경계를 넘나든다. 읽히던 글자는 절단되어 무의미해지고, 이미지는 겹침 속에서 원래의 의미를 상실한다.

그러나 작가는 바로 그 '무의미의 표면' 위에서 새로운 질서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끊임없이 생산되고 폐기되는 정보의 흐름 속에서, 그는 손의 감각을 이용해 기억을 붙이고 절단하며 하나의 침묵으로 엮어낸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파괴와 재생의 과정을 통해 구축된 '재조합된 침묵'의 풍경을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관람자는 시간의 결속이 교차하는 작품들 속에서 감각의 잔향과 이미지 너머의 깊은 침묵을 마주하게 된다.

김춘환은 서울대학교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파리8대학 조형예술학과에서 석사를 취했다. 다양한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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