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옮긴 47년 재즈클럽 야누스…세계인 어울리는 공간되길"

생활/문화

뉴스1,

2025년 10월 23일, 오전 09:32

이주엽 JNH뮤직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재즈클럽 야누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이호윤 기자

"60대 일본인 할머니가 지난주 일요일 잼(즉흥) 무대에 올라오셨어요. 노래를 너무 잘 부르셔서 앙코르까지 받았고요. 알고 보니 오사카에서 활동하는 재즈 가수였어요."
47년 역사를 지닌 재즈클럽 '야누스' 이주엽 공동대표가 지난 22일 음악적 자유 안에선 인종·성별·나이가 아무 상관도 없어지기 때문에 세계 시민들이 격의 없이 어울리는 자리'가 되는 것이 야누스가 꿈꾸는 이상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음반제작사 JNH뮤직도 이끄는 이주엽 공동대표는 "재즈 보컬 중심의 클럽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도심 야간 문화의 빈틈을 메우고 싶다"며 "47년 역사를 지닌 재즈클럽 '야누스'가 광화문으로 둥지를 옮겨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어제도 외국인이 캐치테이블로 예약이 안 되니까 전화로 다음 주 화요일에 4명을 예약했다"며 "제가 운영할 뿐, 야누스는 우리가 공유해야 할 문화자산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재개관한 야누스 입구에는 고(故) 박성연 대표가 지켜낸 역사의 순간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1978년 신촌에서 문을 연 야누스는 대학로와 이화여대, 청담동과 서초동, 압구정동을 차례로 거치며 우리 대중문화의 심장을 따라 이동해 왔다. 긴 세월 중에서 박 대표와 이주엽 대표의 인연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그때 사정을 듣고 '땡큐 박성연' 공연을 제작하면서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며 "유작 앨범을 만들어드리겠다는 약속을 못 지켰는데 그 숙제를 야누스 운영으로 안기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대와 장소가 바뀌어서 변하지 않는 야누스만의 원칙이 있었다. 바로 '연주자와 관객이 직접 만나는 재즈의 현장'이라는 것. 이주엽 대표는 "재즈클럽은 원래 어려운 게 정상"이라며 "개관 페스티벌의 북적임은 '초반 컨벤션 효과'였을 뿐이고 이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재즈 자체가 대중적이진 않지만, 모르더라도 뭔가 멋있는 기운이 있다"며 "누군가 마음을 열고 새로운 경험을 하길 원하는 공간이 바로 야누스"라고도 했다.

왜 광화문을 택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도심의 밤에 음악이 켜지는 풍경을 만들고 싶었다"며 "광화문은 여러 정보와 경제의 중심임에도 불구하고 마땅하게 저녁에는 따로 갈 만한 문화적 공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단지 주소를 옮긴 이전이 아니라, 퇴근 후에도 문화가 기다리는 도시를 향한 작은 선언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음반사 보도자료를 돌리러 다니던 시절에 자주 주차하던 곳인데, 운명인가 싶어서 보자마자 계약했다"며 "거액의 대출을 끼고 무리를 했다"고도 고백했다. 그는 " 광화문은 대기업 본사와 언론사가 밀집한 공간, 비즈니스호텔 투숙객이 서울의 밤문화를 자연스럽게 향유할 수 있는 접점"이라며 "열고 나니 제가 '라라랜드' 세바스찬이 된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재즈의 장점을 묻자, 그는 '공연의 시간'을 강조했다.

"재즈는 시간을 새롭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같은 곡을 연주해도 늘 새롭게 창조되니, 이 공간의 매 공연이 세계 초연인 거죠. 관객들 행복한 표정을 보면 특별한 시간을 선물했다는 생각에 모든 고생을 잊어요."

art@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