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던 신흥사 '시왕도', 70년 만에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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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1월 14일, 오전 10:07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전쟁 이후 미군에 의해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흥사 불화 ‘시왕도’가 70여 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다.

속초 신흥사 '시왕도' 중 제10오도전륜대왕도. (사진=메트로폴리탄미술관)
국가유산청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재단),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위원회), 대한불교 조계종 제3교구 본사 신흥사와 함께 14일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불화 ‘시왕도’를 강원 속초시 설악산 신흥사에 반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왕도’는 사람이 죽은 뒤 저승에서 심판을 주관한다는 10명의 대왕을 그린 불화다. 불교의 사후세계관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번에 되찾은 신흥사 ‘시왕도’는 1798년(정조 22년)에 조성된 ‘제10오도전륜대왕도’(第十五道轉輪大王圖)다. 가로 91.4㎝, 세로 116.8㎝ 크기의 정교한 필선과 채색이 돋보인다. 원래 신흥사 명부전에 걸려있던 불화로 예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종교적·역사적 중요성도 높다.

재단은 국외소재문화유산 민간단체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위원회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시왕도’ 반환 사업을 2024년부터 지원해 왔다.

위원회와 신흥사는 2023년부터 미술관과 협의를 시작해 실태조사를 통해 작품이 신흥사 ‘시왕도’임을 확인했다. 2024년 10월 미술관에 공식 반환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2025년 7월 재차 방문 협상에서 반환 합의라는 결실을 맺었다. 미술관은 작품의 역사적 배경과 소장 경위를 면밀히 검토하고 문화유산의 본래 의미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협의에 임했다.

신흥사 ‘시왕도’의 반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에 소장돼 있던 6점의 ‘시왕도’가 이미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는 위원회가 수년간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낸 결과였으며, 재단과 위원회의 지속적인 협력이 이번 반환으로 이어지는 기반이 됐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민간단체 지원을 통해 문화유산 반환과 국제협력의 기반을 다져왔다”며 “이번 사례는 민간단체와 국가가 긴밀히 협력하여 성과를 거둔 좋은 본보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맥스 홀라인 미술관 관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미술관은 한국의 동료 및 기관과 협력해온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도 공동의 노력을 계속하여 한국 예술에 대한 세계의 이해과 인식을 고취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상래 위원회 이사장은 “시왕도가 환지본처(還至本處)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은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큰 의미를 지닌다.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나머지 3점의 시왕도 역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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