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국 시험장에서 응시생들이 일제히 적은 필적 확인 문구다. 안규례 시인의 시 ‘아침 산책’ 속 한 구절이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인천 중구 인일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는 물론 올해 필적 확인 문구를 확인한 누리꾼들은 소셜미디어(SNS)에 “우리 자녀들이 글귀처럼 청춘을 즐겼으면 좋겠다”, “수험생 여러분 수고했어요”, “수능 끝 이제 젊음을 즐겨라”, “젊은 지금이 가장 좋은 시절” 등 여러 반응들이 터져나왔다.
안규례 시인의 시 ‘아침 산책’은 시집 ‘봄이 오는 창문’(청어)에 수록된 시다. 2024년 청어 출판사에서 펴냈다. 안 시인은 시집 서문을 통해 “나는 언제쯤 저 바다처럼 날치 같은 푸른 시어를 품어 안을 수 있을까. 허전한 시의 어창을 채우기 위해 미지의 난바다를 향해 오늘도 나는 노를 저어간다”고 적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적 확인 문구. 연합뉴스
그간 나태주, 김남조, 한용운 등 유명 시인의 시구를 인용해오다, 최근 들어서는 문단에서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문인들의 작품에서 인용해 작가 발견의 장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통상 국내 작가의 문학작품 가운데 적절한 문구를 수능 출제위원들이 골라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수험생들의 필적을 가려내기 위한 목적인 만큼, 문장 길이는 12~19자 사이여야 하고 ‘ㄻ’ ‘ㄾ’ ‘ㅀ’ 등 겹받침과 ‘ㄹ’ ‘ㅁ’ ‘ㅂ’ 등 세 자음 가운데 2개 이상이 반드시 문구에 포함돼야 한다.
역대 가장 많이 인용된 시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로 지금까지 총 3차례 나왔다.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빛’ 구절은 첫해인 2006학년도와 2017학년도에 각각 사용됐다. 같은 시의 첫 구절인 ‘넓은 벌 동쪽 끝으로’는 2007학년도에 쓰였다.
2022학년도에는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이해인 ‘작은 노래’), 2023학년도에는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한용운 ‘나의 꿈’), 2024학년도엔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양광모 ‘가장 넓은 길’)였다.
한편 올해 수능 지원자는 55만4174명으로, 지난해보다 3만1504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은 역대 수능 필적 확인 문구다.
△2006학년도 :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빛(정지용 ‘향수’)
△2007학년도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정지용 ‘향수’)
△2008학년도 :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윤동주 ‘소년’)
△2009학년도 :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윤동주 ‘별 헤는 밤’)
△2010학년도 :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2011학년도 :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정채봉 ‘첫마음’)
△2012학년도 :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황동규 ‘즐거운 편지’)
△2013학년도 :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정한모 ‘가을에’)
△2014학년도 :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박정만 ‘작은연가’)
△2015학년도 :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문태준 ‘돌의 배’)
△2016학년도 :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주요한 ‘청년이여 노래하라’)
△2017학년도 :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정지용 ‘향수’)
△2018학년도 :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김영랑 ‘바다로 가자’)
△2019학년도 :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김남조 ‘편지’)
△2020학년도 :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박두진 ‘별밭에 누워’)
△2021학년도 :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나태주 ‘들길을 걸으며’)
△2022학년도 :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이해인 ‘작은 노래2’)
△2023학년도 :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한용운 ‘나의 꿈’)
△2024학년도 :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양광모 ‘가장 넓은 길’)
△2025학년도 :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곽의영 ‘하나뿐인 예쁜 딸아’)
△2026학년도 : 초록 물결이 톡톡 튀는 젊음처럼(안규례 ‘아침산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