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김수안 인턴기자) 한국전쟁 직후 미군정 시기 반출됐던 18세기 조선 불화 '시왕도'한 점이 71년 만에 고향인 강원 속초 신흥사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지난 14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하 메트)이 소장해 온 신흥사 '시왕도'가 반환됐다고 밝혔다. 이 불화는 1954년 속초 지역 미군정시기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돌아온 불화는 '제 10오도전륜대왕도'로, 1798년 4명의 화승이 조성해 신흥사 명부전에 봉안했던 작품이다. '시왕도'는 사후세계에서 인간의 죄를 심판하는 10명의 대왕을 그린 불화로 총 10폭이 한 세트다. 반환된 그림은 마지막 왕인 오료전륜대왕이 죽은 지 3년 된 망자의 다음 생(육도윤회)을 결정하는 장면을 정교한 필선과 채색으로 묘사하고 있다.
신흥사 시왕도 10폭은 1954년 촬영된 사진에서 그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 확인되어, 한국전쟁 전후 미군에 의해 반출된 것으로 추정돼 왔다. 이번 반환은 2020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카운티미술관으로부터 6점을 돌려받은 데 이은 두 번째 성과다. 이로써 신흥사는 전체 10폭 중 7번째 시왕도를 되찾게 됐으며, 나머지 3점의 행방은 아직 묘연하다.
이번 반환은 민관이 협력해 이뤄낸 결실이다.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와 신흥사는 2023년부터 메트와 협의를 시작해 실태조사로 해당 작품을 신흥사 불화로 특정했다. 2024년 10월 공식 반환 요청서를 제출했고, 2025년 7월 최종 반환에 합의했다. 메트 측은 작품의 역사적 배경과 소장 경위를 면밀히 검토한 뒤 문화유산의 본래 의미를 존중해 반환을 결정했다.
맥스 홀라인 메트 관장은 "시왕도 반환은 공동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한국 예술에 대한 세계의 이해를 고취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70년간 타국에 머물렀던 불화가 돌아온 것은 우리의 문화 정체성이 회복되는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으며, 이상래 위원회 이사장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나머지 3점의 시왕도 역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