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123억원 '푸른점화'…두 번째로 비싼 그림 됐다 (종합)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1월 18일, 오후 06:53

17일(현지시간) 미국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진행한 ‘20세기 이브닝 세일’에서 김환기의 ‘19-Ⅵ-71 #206’(1971)이 840만달러(약 123억 1776만원)에 낙찰되고 있다(사진=크리스티 뉴욕 경매 캡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김환기(1913∼1974)가 김환기를 넘어서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1971년 그린 그의 푸른색 전면점화는 ‘예술의 심장’인 뉴욕의 미술품 경매에서 100억원대를 훌쩍 넘긴 가격에 팔려나갔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진행한 ‘20세기 이브닝 세일’에 나선 김환기의 ‘19-Ⅵ-71 #206’(1971)은 840만달러(약 123억 1776만원, 수수료 포함 151억원)에 낙찰, 한국미술품 경매사상 두 번째로 비싼 그림이 됐다.

한국미술품 경매사를 통틀어 이전까지 최고가 작품은 2019년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8800만홍콩달러(당시 약 131억 875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우주’(Universe 05-Ⅳ-71 #200, 1971)다. 당시 ‘우주’는 한국미술품 100억원 시대를 열어젖힌 의미도 챙겼다. 그 뒤를 이은 ‘19-Ⅵ-71 #206’은 한국 현대미술품 중 100억원대를 넘긴 두 번째 작품이 됐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한국미술품 경매 최고가 경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날 경매 추정가는 750만∼1000만달러(약 109억 6700만∼146억 2300만원). 시작가 700만달러에서 출발해 새 주인을 찾아간 ‘19-Ⅵ-71 #206’은 김환기가 1971년 뉴욕시기에 그린 추상회화다. 타계 두 해 전에 완성한 작품은 정신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절정의 기량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사형으로 가득 퍼져 나가는 무수한 점들은 우주로 향하는 듯 끝없는 공간감을 뿜어내고, 화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한층 깊은 푸른색이 신비롭고 초월적인 분위기를 낸다. 200호(254×203㎝)에 달하는 크기도 도드라진다. 김환기 뉴욕시기의 작품 중 200호 이상은 30점 이내로 추정될 만큼 예술성은 물론 희소성도 높다.

김환기의 ‘19-Ⅵ-71 #206’(1971, 면에 유채, 254×203㎝). 1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진행한 ‘20세기 이브닝 세일’에서 840만달러(약 123억 1776만원)에 낙찰, 한국 현대미술품 중 두 번째로 비싼 그림이 됐다(사진=크리스티).
김환기의 전면점화 연작은 화백이 생애 마지막까지 몰두한 형식이다. 화면 전체를 점으로 찍어 완성해 전면점화로 불리는데, 점에 얹은 색·리듬의 변주를 통해 ‘우주’와 ‘존재’라는 궁극적인 화두에 가닿으려 했다. 말기로 갈수록 방대하고 심오하게 박아낸 푸른색은 김환기에게는 가장 상징적인 색으로 꼽힌다. 생전 고향 전남 신안의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크리스티 뉴욕이 봄·가을로 한 해 두 차례 여는 ‘20세기 이브닝 세일’은 20세기 현대미술 중 최고 수준의 작품이 대거 나서는 자리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알렉산더 칼더,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에드바르트 뭉크, 데이비드 호크니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대표작도 이날 함께 거래됐다. 특히 이번 경매에는 김환기의 작품 외에 이우환(89)의 ‘바람으로부터’(1986)도 나서 관심을 끌었다. 한국작가의 미술품이 ‘20세기 이브닝 세일’에 나란히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람으로부터’는 120만달러(약 17억 5848만원)에 낙찰됐다.

1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진행한 ‘20세기 이브닝 세일’에서 이우환의 ‘바람으로부터’(1986)이 120만달러(약 약 17억 5848만원)에 낙찰되고 있다(사진=크리스티 뉴욕 경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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