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백사막과 흑사막을 향해 사막 평원을 가로지르는 이집트 사막 투어 차량. © 뉴스1 김정한 기자
이집트의 광활한 서부 사막, 카이로에서 남서쪽으로 약 370km 떨어진 바하리야 오아시스(Bahariya Oasis) 주변 지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초현실적인 지질학적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16일 이집트 국제미술제가 성황리에 개최 중인 가운데 취재진은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초정된 박종규 작가의 작품 전시를 기획한 이규현 큐레이터가 준비한 1박 2일의 사막 투어를 떠났다. 전날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바라보며 압도당한 느낌의 여운에 더해 이번 미술제의 근간을 이루는 지구의 태고의 역사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여정이 시작됐다.
이규현 큐레이터는 "박종규 작가의 작품인 '영원의 코드'(Code of the Eternal)가 사막의 자연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몸소 체험하는 여행이 될 것"이라는 말로 일행을 배웅했다.
16일, 백사막과 흑사막을 향해 사막 평원을 가로지르는 이집트 사막 투어 차량 밖으로 모래와 암석이 즐비한 사막 풍경이 보인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버스는 이른 아침 카이로를 출발해 모래와 바위의 지평선이 펼쳐진 사막을 관통하는 황량한 포장도로를 끝없이 달린다. 5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할 목적지는 아그바트 계곡(Agabat Valley)의 흑사막과 백사막이다.
백사막은 검은 현무암 바위와 하얀 석회암 조형물이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는 신비로운 풍경을 뽐낸다. 흑사막은 검은 화산재가 흩뿌려져 이루어진 비경은 간직한 곳이다. 모두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수백만 년 동안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야외 미술관이다.
당초 계획은 낮에 흑사막을 먼저 방문하고 저녁에 백사막에 도착해 하룻밤 야영을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백사막에서 예정된 이집트의 사막 군사훈련이 겹치는 바람에 백사막을 먼저 보고 돌아오는 길에 흑사막에서 1박을 하는 것으로 순서가 변경됐다.
바하리야 오아시스(Bahariya Oasis) 지역의 소금 호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한 마을. © 뉴스1 김정한 기자
사막을 가로지르는 도중 도로 옆으로 지나가는 사막 풍경도 그 자체로 경이로운 볼거리다. 마치 화성의 모래와 암석 지대를 탐사하는 듯한 즐거운 공상에 빠져들게 한다.
중간에 들른 오아시스 마을은 풍부한 물(염수)이 있고 그 주변으로 무수한 야지수가 우거져 삭막한 사막지대에서 땅을 기름지게 하고 여행자들에게는 천금 같은 휴식처를 선사한다. 생명력이 넘치는 곳이다.
경이로운 모양의 암석들이 줄지어 서 있는 백사막의 풍경. © 뉴스1 김정한 기자
이윽고 지프가 백사막에 진입하자 기괴한 모양의 다양한 암석들이 곳곳에 솟아 있는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이 지역은 수백만 년 전 바닷속이었을 때 퇴적된 백악질 석회암이 모래 폭풍과 바람의 침식 작용에 의해 깎여 기이하고 환상적인 조형물로 변모한 곳이다.
수많은 세월 동안 바람에 깎이고 다듬어진 거대한 분필암 석회암 구조물들이 하얀 버섯, 아이스크림콘, 그리고 기묘한 조각상처럼 사막 위에 우뚝 솟아 있다. 거대한 버섯, 스핑크스, 낙타, 닭, 토끼 등의 온갖 형상을 닮아 자연이 만들어낸 조각 전시장 같다.
백사막의 포토 스팟인 버섯 바위와 닭 모양의 암석. © 뉴스1 김정한 기자
흰색 석회암 타워와 뾰족탑들이 사막 한가운데 솟아 있는 모습은 마치 눈 덮인 빙하가 모래 위에 떠 있는 듯하다. 마치 예술가가 빚어낸 듯한 이 환상적인 흰색 암석들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그림자를 드리우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끝없이 펼쳐진 이 자연이 빚어낸 조각상 전시장은 무수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피라미드 형상의 무덤을 만들고, 스핑크스와 같은 거대한 조형물을 만들어낸 영감이 바로 이곳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백사막과 흑사막 중간에 위치한 크리스탈 마운틴(Crystal Mountain) © 뉴스1 김정한 기자
일정으로 인해 오래 머물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흑사막을 향해 다시 거꾸로 차를 달리면 중간 지점인 크리스탈 마운틴(Crystal Mountain)을 지나게 된다. 거대한 석영 결정들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반짝이는 이 언덕은 잠시 차를 멈추고 지질학적 신비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모래언덕에서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속도감을 즐기며 질주하는 '듄 배싱'(Dune Bashing) 이색 체험도 가질 수 있다. 다시 언덕으로 올라가려면 푹푹 빠지는 모래 속에 한참을 헤매야 하지만, 동심으로 돌아간 마음은 그 고단함마저 잊게 해준다.
검은 화산암 파편들로 뒤덮힌 흑사막의 풍경. © 뉴스1 김정한 기자
이어서 도착한 곳은 백사막과는 대조적인 모습의 흑사막이다. 이곳은 과거의 격렬했던 화산 활동으로 인해 주변의 구릉들이 검은색 화산암 파편과 가루로 뒤덮여 있다. 마치 거대한 숯덩이들이 사막에 뿌려진 듯한 장관을 연출하며 이방인들을 맞이한다.
황금빛 모래와 검은 바위 언덕이 끝없이 펼쳐진 광경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 자체로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묵시록적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높은 지대의 평지에 다다르면 사방으로 펼쳐진 검은 언덕의 행렬과 지평선의 아득한 광경이 한눈에 담긴다. 모래에 섞인 높은 철분 농도가 이 지역에 독특한 검은빛을 부여했다. 이는 지구의 내부 에너지가 빚어낸 경이로운 조형물이다.
저물어가는 태양 속에 방문자들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흑사막의 풍경. © 뉴스1 김정한 기자
인터넷은 물론 전화마저 불통인 원시 자연의 사막에서의 하룻밤 캠핑은 이번 사막 투어의 하이라이트다. 해 질 녘, 베두인 가이드가 준비해주는 전통 바비큐 저녁 식사를 모닥불 주변에서 즐기는 사이 사막의 밤하늘에는 어느 새 별들이 총총 빛난다.
백사막에서는 체험할 수 있다는 어둠 속에서 별들이 쏟아지는 향연은 이곳 흑사막에서는 아쉽게도 만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지평선 끝까지 펼쳐 있는 수많은 별은 장엄한 경외감과 감동을 선사한다. 북두칠성, 백조자리, 북극성 등을 찾아보며 우주와 교감하는 경험은, 이곳이 단순한 사막이 아닌 인류의 시선을 머물게 했던 태고의 공간임을 깨닫게 한다.
17일, 새벽녘에 흑사막의 동쪽 언덕 너머로 다시 떠오르는 태양. © 뉴스1 김정한 기자
이집트 서부 사막은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생존하는 자연의 아름다움, 더 나아가 위대함을 전사한다. 단지 이색적인 풍경을 넘어, '자연이 곧 예술'이라는 진리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해주는 경이로운 공간이다.
새벽녘, 차가운 밤공기를 뚫고 다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은 이 경이로운 자연이 영겁의 순환을 반복하며 지금 이 순간까지 존재해 왔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아울러 인류가 평화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한 자연의 매 순간의 아름다움이 영원히 계속될 것임을 약속한다.
이는 이번 제5회 이집트 국제미술제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가 되새기려 진정한 가치이기도 하다. 동시에 자연과 예술, 고대 문명과 현대의 기술의 의미가 접목되는 교차점이다.
제 5회 이집트 피라미드 국제미술제에서 야경 속에서 피라미드 앞에 설치된 박종규 작품 '영원의 코드'(Code of the Eternal) (이규현 큐레이터 제공)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