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김수안 인턴기자) 찬바람에 두꺼운 외투를 여미며 길거리를 나서는 요즘, 겨울의 적막을 따스하게 채워 줄 전시들이 시작됐다. 종이, 오렌지빛, 조명까지 다양한 주제로 감성 젖게 하는 낭만 가득한 전시전이 겨울을 따뜻하게 밝힌다.
Rock, Paper, Scissors: Transformation of Paper
11. 12 (수) ~ 12. 21 (일)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가 2025년을 마무리하는 연말 기획 전시로 'Rock, Paper, Scissors: Transformation of Paper'를 개최한다. 지난 12일부터 오는 12월 21일까지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종이'라는 친숙한 매체가 지닌 물질적, 개념적, 조형적 가능성을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전시의 부제인 'Rock, Paper, Scissors'(가위, 바위, 보)는 종이를 바라보는 세 가지 은유적 시선을 의미한다. 바위는 아이디어를 응축하는 사유의 행위이자 입체적 형태로 나아가는 물성의 전환을, 보는 종이 고유의 특성과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열린 가능성을, 가위는 자르고 겹치며 평면성을 전복하는 창조적 실험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는 종이를 단순한 드로잉의 바탕이나 회화의 준비 과정으로 한정하지 않고, 사유의 시작점이자 독창적인 세계를 형성하는 독립적인 예술 매체로 재조명한다.
이를 위해 1세대 한국 추상회화의 거장부터 실험미술가, 미디어 아티스트 그리고 동시대 젊은 예술가까지 한국 현대미술사를 아우르는 작가 총 27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김환기, 이중섭, 백남준, 박서보, 이우환, 이건용, 최병소, 김민정, 이강승 등 세대를 초월한 작가들이 종이를 매게로 펼친 다채로운 예술적 실험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Paris Orange Wine: 낭만에 대한 모든 것
11. 22 (토) ~ 11. 23 (일)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희미해진 감각과 정서를 회복시키기 위한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서울특별시가 후원하고 (주)공오가 주최하는 감정 예술 전시 'Paris Orange Wine: 낭만에 대한 모든 것'이 오는 22일부터 23일까지 성수동 모플레이스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청년 세대가 잃어버린 '일상의 낭만'을 다시 느끼고, 무기력과 감정적 여백을 회복할 수 있도록 기획된 감정 예술 프로젝트다. 전시명 '파리 오렌지 와인'은 "꿈이 현실이 된 순간, 파리의 센느강을 바라보며 오렌지 껍질에 와인을 따라 마시자"는 기획자들의 약속에서 출발했다. 이는 특정한 순간을 넘어, 일상 속에서 스스로 낭만을 구축하는 태도를 상징한다.
영상 프로덕션 (주)공오가 주최 및 기획을 맡아, 낭만이라는 감성적 서사를 공간과 영상의 언어로 완성도 높게 풀어냈다. 전시장은 빛, 바람, 물결 등 자연의 원초적 감각을 시각화하고, 공간 전체에 오렌지향을 더하는 한편 오렌지 컬러의 천을 겹겹이 레이어하여 관람객이 마치 '오렌지의 내부'에 들어온 듯한 깊은 감각적 몰입을 선사한다.
(주)공오 관계자는 "낭만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이어가게 하는 감정의 힘이라 생각한다"며, "이 전시를 통해 청년들이 각자의 일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낭만을 다시 발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 영상, 향, 공간 설치가 어우러진 이번 전시는 서울특별시의 후원으로 진행되며, 누구나 자유롭게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빛과 공간, 그리고 경험
11. 17 (월) ~ 11. 30 (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이 오래된 적산가옥 '춘일가옥'에서 빛의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의 조명 작품을 만나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빛과 공간, 그리고 경험'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1930년대에 지어진 목조 가옥의 시간성과 이사무 노구치의 '아카리'램프가 빚어내는 조화에 주목한다. 1951년 시작된 아카리 시리즈는 뽕나무 종이(와시)와 대나무로 만든 조명으로, '빛'과 '가벼운 느낌'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가 열리는 춘일가옥은 낮은 지붕과 오래된 목조 구조가 특징적인 공간으로, 불이 켜졌을 때 부드럽게 빛을 발산하는 아카리 램프와 어우러져 고요하고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낮에 방문하면 자연광 아래서 종이의 질감과 곡선이 공간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방문객이 공간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고요 블렌딩 티 테이스팅' '명상 드로잉' '요가'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했다. 조용한 힐링을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전시다.
사진=갤러리아현대 SNS, Paris Orange Wine SNS, 춘일가옥 S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