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심사했던 허프 "자신만의 소리 지닌 훌륭한 음악가"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1월 19일, 오전 12:25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모든 연주자가 똑같은 소리를 내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에요. 임윤찬은 자신만의 소리를 지닌, 매우 훌륭한 음악가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스티븐 허프(64)가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에 대해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허프는 임윤찬이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을 당시 심사위원으로 함께했다. 당시 임윤찬은 허프가 작곡한 ‘팡파레 토카타’를 가장 뛰어나게 연주한 참가자에게 주는 현대음악상도 받았다.

18일 서울 서대문구문화체육회관에서 간담회에서 허프는 “스타 연주자가 받는 스트레스와 압박은 상상 이상”이라며 “젊을 때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실수해봐야 어떤 어려움도 견딜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사진=연합뉴스).
허프는 자신의 신작 협주곡을 선보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오는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지휘자 함신익이 이끄는 심포니 송과 함께 피아노 협주곡 ‘더 월드 오브 예스터데이(The World of Yesterday)’를 협연한다. 1차 세계대전 이전 유럽 문화에 대한 향수를 담아 작곡한 작품으로, 이번 한국 공연이 아시아 초연이다. 허프의 다른 오케스트라 작품들도 연주된다. 그는 “무대에서는 가장 긴밀한 감정적 교류가 일어나야 한다”며 “관객이 음악의 여운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라모폰상을 여덟 차례나 수상한 그는 작곡, 문필, 미술까지 활동 반경이 넓다. 2009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그를 ‘살아있는 박식가 20인’에 선정한 이유다. 그는 “연주와 작곡은 모두 음악가로서 빼놓을 수 없는 기쁨”이라며 “연주는 끝이 없고, 작곡은 내밀한 고통 끝에 악보를 넘기는 순간 마무리되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클래식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허프는 “한국은 클래식 음악의 미래가 될 나라”라면서 “50년 후에는 전 세계 학생들이 한국에 음악을 배우러 오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유럽과 미국에서는 클래식이 옛 문화로 여겨지며 정체성과 자부심이 약해지고 있다”면서 “반면 한국은 젊고 열정적인 청중이 있는 활력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지휘자 함신익(왼쪽)과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 경(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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