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시의 시대, 우아한 거짓말이 필요해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1월 19일, 오전 05:3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트럼프는 왜 금세 들통날 거짓말을 계속 하는 걸까. 2030 남성들은 왜 서부지법 담장을 넘었을까. 지난 4월 탄핵 판결로 비상계엄 사태를 극복한 것 같았지만, 정치적 갈등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선뜻 이해가 힘든 이런 상황을 납득하려면 새로운 사고 방식이 필요하진 않을까.

책은 우리가 서로에게 보여주기 위해 선택하는 모든 말과 행동을 ‘거짓말 게임’이라는 틀로 해석한다. 정치학자인 저자는 진실과 거짓의 이분법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서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트럼프의 반복적인 허위 발언부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논란 등 서로 평가하는 방식이 결국 정치적 균열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진정성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꾸며낸 모습을 끊임없이 내세우는 현실을 파헤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이미지, 일상의 작은 과장까지 모두 ‘거짓말’이 아닌 ‘과시의 선택’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말한다. 이 선택들이 비교와 멸시를 낳고, 개인은 불안과 경쟁에 시달린다. 저자는 베블런·고프먼 등 근현대 사상가의 이론을 인용해 ‘보여주기’가 중심이 된 오늘날 사회가 어떻게 정치와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문제의 핵심을 ‘진실의 위기’가 아니라 ‘관계의 위기’에서 찾는다. 상대보다 우위에 서려는 말과 행동이 우리를 분열시키고 동등한 관계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과시의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서로 상처 주지 않으면서 관계를 여는 ‘우아한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비교가 불안을 키우는 시대일수록 타인을 대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며 “불안감과 경쟁심을 덜어내고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