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여성의 몸으로부터 꺼내든 사유의 기록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5년 11월 19일, 오전 07:1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장르는 혼종, 인문 에세이(산문)에 가깝다. 책의 주제는 과학과 비과학, 실세계와 가공물을 넘나드는 사유의 기록이다. 과학 저술가이자 여성운동을 해온 저자는 역사, 의학, 과학, 대중문화 등 여러 분야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조망한다.

이 실험적인 저서는 동아시아 출판사가 최근 새롭게 선보인 문학·예술 브랜드 ‘물결점’의 첫 책으로 나왔다. ‘미쳐 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2021년)로 이름을 알린 저자가 2021년 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쓴 글들을 엮었다. 논픽션, 에세이, 시, 희곡, 강연록, 대화록, 회고록 등을 망라한다. 읽은 책에 대한 기록, 과학기자 시절 취재할 때 느꼈던 단상, 유년의 기억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뤘다.

책은 여성의 경험과 언어를 통해 과학의 권위와 진리 개념을 다시 묻고, 앎과 삶을 분리하지 않는 사유 방식을 제안한다.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익숙했던 ‘이성-과학-머리’의 틀을 깨고 몸과 글의 흐름을 쫓아가며 ‘진실’을 찾아 나아간다.

이를테면 수록된 글 중 인공지능(AI)과의 긴 대화가 그렇다. 오픈AI의 챗GPT를 이용한 이 대화글은 페미니즘처럼 정치적 민감 사항에 대해 챗GPT 스스로 어떤 원칙을 기반으로 답하는지 묻는 식이다. 수집한 데이터에 존재할 수 있는 편향은 어떻게 바로잡는지, 편향 보정 과정에서 인간은 얼마나 개입하고, 객관성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등을 묻고 챗GPT가 답한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추천사에서 “사람들은 답을 찾아내기 위해 책을 읽는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질문”이라며 “저자는 그동안 자신을 만들어 온 지식, 관계, 경험, 느낌을 총동원해서 세계와 닿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간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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