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갈 바엔 한국 간다"…중국 공백에 22조 날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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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1월 19일, 오후 01:24

일본의 게이샤 (사진=일본정부관광국)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면서 일본 경제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일본의 무력 개입’을 시사한 발언에 반발한 조치다. 일본에서는 인바운드(외국인 관광 수요)의 핵심 축인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급감, 일본 관광산업에 직격탄

상하이 푸동 국제공항
중국 외교부는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지난 14일에는 SNS를 통해 일본 여행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이후 15일에는 중국국제항공,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등 3대 항공사가 12월 31일까지 예약된 일본행 항공권 전액 환불을 발표했고, 쓰촨항공, 샤먼항공, 하이난항공, 춘추항공 등 지역 항공사도 동참했다. 이 여파로 15일 이후 중국 항공사에서 발생한 일본행 항공권 취소는 전체 인기 노선의 약 32% 수준인 49만 1000건으로 추산된다.

특히 지난 16일 항공편의 취소율은 82.1%, 17일 항공편의 취소율은 75.6%로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규모 수준에 달했다. 또한 중국남방항공은 춘절 수요를 겨냥해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일본 니가타공항과 하얼빈 노선의 재개를 검토했으나, 이번 사태 이후 운항 중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中 여행객 일부 수요 한국으로 이동

서울 중구 명동거리 (사진=뉴시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1~10월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은 약 820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23%를 차지한다. 올해 10월까지 누적 외국인 관광객 3554만명을 기록한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 첫 4000만 명 돌파라는 목표 앞에서 암초를 만났다.

중국 여행사들은 “관련 부처의 정책과 지침을 따른다”며 잇따라 일본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일부 여행사는 일본행 단체여행과 비자 발급 관련 상품을 모두 삭제했고, 예약한 고객이 취소를 원할 경우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게 조치했다. 맞춤형 여행을 제공하는 중국 여행사 ‘류런여우’는 “일본행 상품 홍보를 중단하고, 아랍에미리트·싱가포르 등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일 갈등으로 한국은 대체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 플랫폼 취날(Qunar)에 따르면, 지난 15~16일 주말 기준 ‘결제 전 항공권 예약 수’를 바탕으로 한 인기 해외 여행지 1위에 한국이 올랐다. 항공권 검색량에서도 서울이 가장 많은 검색을 보였으며, 태국·홍콩·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이 뒤를 이었다. 스리랑카·우즈베키스탄·캄보디아 등 과거 틈새시장으로 분류되던 지역들도 예약이 증가하고 있다.

취날 관계자는 “일부 일본 여행 예정자가 다른 목적지로 바꾸면서 여행지 선택이 다각화되는 중”이라며 “한국이 현재 일본을 대신해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여행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日 내수로 중국 공백 메우기 어려워

오사카 도톤보리 거리 (사진=일본정부관광국)
중국인 관광객 급감은 일본 관광지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다. 오사카 관광국에 따르면, 2025년 1~9월 오사카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약 42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배 증가했으나, 최근에는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오사카 난바 지역의 일부 호텔과 민박업체에서는 중국인 단체 및 개인 관광객의 예약이 다수 취소됐으며, 취소 사유는 대부분 ‘일본 방문 자제 지시’를 꼽았다.

아이치현 가마고리시의 한 호텔에서는 11월에만 중국인 단체 투어 28건(약 1000명분)이 일괄 취소됐다. 취소 사유는 모두 ‘정치 정세의 영향’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여행사들은 취소 수수료 면제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인 관광객의 취소는 일본인의 국내 숙박이 둔화되고 있는 지역에서 더 치명적이 될 전망이다. 올해 1~7월 일본인 숙박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2억 6122만 박에 그쳤고, 47개 지자체 중 약 70%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교토와 도쿄 등 4개 지역은 10% 이상 줄었다. 교토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범람, 교통편 부족 등으로 일본인이 선호하는 ‘조용하고 여유로운’ 관광 환경이 사라지면서 다른 지역으로 분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기준 약 350만 박을 기록한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지면 공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관광 의존 구조 흔들…경제 전반으로 파급

일본 긴자 거리 (사진=일본정부관광국)
소매·면세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한 대형 백화점(다카시마야)의 올해 3~8월 면세 매출 중 56%는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했으며, 이세탄·미쓰코시 등 주요 백화점 역시 면세 매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 방문객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광객의 여행 자제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 내수 소비를 떠받쳐온 큰 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은 약 23만 9162엔(약 225만 원)으로, 외국인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를 차지한 한국인 관광객의 1인당 소비액(약 113만 원)보다 2배가량 더 많은 지출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 등 연구기관은 이번 취소 사태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0.29~0.36%가 감소하고, 경제적 손실은 최대 2조2000억 엔(약 2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일본 정부는 중국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가 관광 다변화 정책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셈이다.

18일 가네코 야스시 국토교통상은 “중국인 방일객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다른 나라 관광객도 늘고 있다”며 “방일 수요를 환기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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