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연소 단원 이승연(23)은 “네 거장의 역사가 오늘의 몸으로 이어지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며 “과거와 현재의 한국춤이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티벳의 하늘’은 1998년 IMF 시기 초연된 작품으로, 죽음에서 환생으로 이어지는 인간 존재의 순환을 동양적 윤회사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절제된 군무와 강렬한 움직임 속에서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는 안무가 이어진다. 국수호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영혼의 양식이 되는 춤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시기에 탄생한 작품”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거장의 숨결 II’(12월 20~21일)에서는 김현자의 ‘매화를 바라보다’와 조흥동의 신작 ‘바람의 시간’이 무대에 오른다. ‘매화를 바라보다’는 2011년 초연작으로, 장치를 최소화한 무대 위에서 무용수의 호흡과 손끝의 미세한 떨림만으로 달빛과 매화의 정취를 그려낸다. 가야금산조가 흐르는 가운데 펼쳐지는 여성 무용수들의 섬세한 춤은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김현자는 “전통의 씨실과 현대의 날실로 교직한 비단 같은 작품”이라며 “젊은 시절 실험했던 현대성과 전통의 요소를 꽃잎처럼 새겨넣었다. 매화와 달의 풍경을 몸으로 쓴 시와 같다”고 말했다.
조흥동의 ‘바람의 시간’은 이번 공연에서 유일한 신작이다. 절제된 동작과 깊은 호흡을 통해 군자의 길을 걷는 삶의 자세, 즉 한국 남성춤의 기상을 형상화한다. 연출·시노그라피는 ‘향연’에서 국립무용단과 협업했던 정구호가 맡았고, 조흥동 본인이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그는 “한량의 춤은 단순한 재주가 아니라 인격, 덕망, 학식을 갖춘 상남자의 춤”이라며 “평생 춤의 길을 바람과 함께 걸어왔다는 의미에서 제목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한국무용의 근간을 되짚고 미래의 방향을 모색하는 시도다. 국립무용단은 다음 달 2일 오픈리허설을 열어 관객과 직접 소통하고, 무용수 설명과 조안무가의 에피소드 등을 통해 작품의 맥락을 소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