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협회가 서대문구에 독립문 건립 [김정한의 역사&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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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5년 11월 20일, 오전 06:00

독립문 © 뉴스1 이재명 기자

1897년 11월 20일, 수많은 국민의 염원과 성금으로 시작된 독립협회의 야심 찬 프로젝트, 독립문이 마침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며 완공됐다.

서대문구에 자리 잡은 이 거대한 화강암 건축물은 청나라 사신을 맞이하던 영은문이 서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 14.28m 높이의 이 석조문은 조선이 더 이상 어느 나라에도 예속되지 않은 자주독립국가임을 만방에 선포하는 상징이었다.

독립문 건립 사업은 서재필과 독립협회 회원들이 1896년 7월부터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민족적 자강 운동의 결실이었다. 협회는 오랜 세월 지속된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의 굴레를 끊고, 자주적인 근대국가로 나아가려는 대한제국의 의지를 가시화하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

건축 자금은 정부 지원이 아닌 전액 국민들의 성금으로 조달됐다. 고위 관료부터 일반 백성, 심지어는 외국에 거주하는 동포들까지 적극적으로 기부에 참여했다. 이는 민중의 힘으로 독립정신을 실현했다는 역사적 증거이며, 국민들의 자주독립에 대한 뜨거운 열망이 결집된 결과였다.

독립문의 설계는 러시아인 건축가 A. I. 사바틴이 맡아 파리의 개선문을 모방하여 당당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문 위쪽에는 대한제국의 국화인 오얏꽃 문양이 새겨져 대한제국의 위엄을 나타내고, 한글과 한자로 쓰인 '독립문' 현판을 걸었다.

독립문 완공은 대한제국이 자주적인 근대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린 사건이었다. 1963년 1월 21일 사적 제32호로 지정됐다. 1979년 성산대로(현 성산로) 공사로 원래 위치에서 북서쪽으로 약 70m 이전됐지만, 독립문은 민족 자강을 향한 불멸의 이정표로 남아 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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