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되지 않는 지점에 대한 탐구"…유리 '투명한 고리'전

생활/문화

뉴스1,

2025년 11월 20일, 오전 08:27

유리, 새의 자국, 2025, 나무패널에 유채, 27.3x22cm (학고재 제공)

학고재는 오는 12월 20일까지 유리의 첫 개인전 '투명한 고리'를 개최한다. 회화와 오브제 설치를 포함한 약 52점의 신작을 통해 작가가 오랜 기간 집중해 온 '연결성'(connectivity)이라는 핵심 주제를 응축적으로 선보인다.

유리는 언어와 시각언어, 회화와 매체, 자아와 타자 등 서로 다른 층위들 사이에서 의미가 생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탐구해 온 작가다. '경계의 해체'보다는 '관계의 구성'에 더 몰두한다. 이번 전시는 추상적 개념인 연결성을 형상화된 사유의 장으로 확장시킨 결과물이다.

작가는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의 결이 말로 포착되지 않는 여백의 영역에서 흐른다고 본다. 이 언어와 시각언어 사이의 '공유될 수 없는 감각'에 매혹돼, 언어로 환원될 수 없는 지점을 작업의 근원으로 삼는다. 작가는 이 언어의 부재가 만들어내는 감각의 여백을 탐구하며 새로운 언어를 구축한다.

유리 '투명한 고리'전 전시 전경 (학고재 제공)

작가는 스스로를 서로 다른 층위를 연결하는 존재로 정의한다. 실체가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관계의 증거이자 존재를 이어주는 미세한 진동으로서 '연결성'을 시각화한다. '투명한 고리'는 감지할 수 없는 관계의 결을 포착하고 언어 이전의 세계를 탐구하는 조용한 울림으로 다가선다.

전시는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존재와 부재의 연속성에 대한 탐구'다. 작가는 장례식장의 초와 생일 케이크 초처럼 상반된 의미를 지닌 사물들이 유사한 형태를 띤다는 사실에서 통찰을 얻는다. 둘째는 '서로 다른 존재 간의 다양한 연결 구조에 대한 탐색'이다. 작업에서 '투명한 고리'는 끊어지지 않은 채 유동적으로 흐르는 관계의 상징이다.

유리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다수의 개인전과 학고재 단체전 '루시드 미스터리 / 다크 클래리티'(2023)를 포함한 여러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업은 언어로 완전히 환원되지 않는 세계의 리듬을 붙잡고, 그 미세한 떨림 속에서 존재가 서로를 감지하고 이어지는 새로운 질서를 드러낸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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