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종묘 건너편 세운4구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4구역 높이 제한을 최고 71.9m에서 145m로 완화하는 내용의 재정비 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사진=이영훈 기자)
앞서 서울시는 국가유산청과의 논의를 거쳐 2018년 세운4구역의 고층건물 높이를 최고 71.9m로 협의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국가유산청과의 별도 협의 과정 없이 일방적인 고시 변경으로 건물 높이를 최고 145m로 상향해 논란이 불거졌다.
문화유산위는 “서울시의 이러한 행동은 관계기관들이 오랫동안 노력해 힘들게 이룬 균형을 일거에 무너트리고, 개발 이익에 편향된 자극적 계획안이라는 점에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서울시가 지난 합의를 무시하고 새로운 개발안을 계획한다면 유네스코가 권고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유네스코와 자문기구인 이코모스가 2011년 도입한 제도로 개발 사업이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문화유산위는 “세계유산영향평가는 개발을 일방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닌, 세계유산의 보호와 개발 사이의 균형점을 도출하는 국제적 시스템이자 절차”라고 밝혔다.
이들은 “종묘는 조선 왕조 최고의 국가 상징물이며, 수도 서울의 역사 경관을 구성하는 핵심 자산”이라며 “종묘 정전은 국보, 종묘는 사적, 종묘제례는 무형유산 등 국가유산으로 중복 지정돼 보호받고 있으며, 1995년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세계인이 함께 지켜 나가야 할 문화유산”이라고 종묘가 지닌 의미와 가치를 설명했다.
또한 “1995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유네스코는 ‘16세기 이래로 온전히 그 형태가 보존된 뛰어난 건축물과 함께 종묘제례라는 무형적 가치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는 점’을 등재 기준으로 높이 평가했으며, 동시에 종묘의 경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고층 건축물 설치를 제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며 “종묘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종묘의 가치를 이루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문화유산위는 “세계유산 종묘와 종묘의 가치는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위해 지켜 나가야 할 유산”이라며 “이번 사안이 단순히 정치적 대결이나, 개발 이익을 둘러싼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 구도로 소모되는 것을 경계한다. 영원히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세계유산 종묘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보존과 개발이 조화를 이루는 최선의 대안을 찾는 과정에 다 같이 참여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유산위는 국가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사항을 조사·심의하는 국가유산청 소속 자문기구다. 이번 입장문은 강봉원 위원장과 전봉희 부위원장, 이승용 부위원장 등 각 분과 위원장들이 위원들을 대표해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