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작가들의 레지던시(창작자 작업실·거주공간 지원 프로그램) 작업실을 엿볼 기회가 생겼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와 아르코미술관은 아르코 예술창작실에 입주한 다양한 국적의 10인 작가 참여 전시 ‘인 시투‘(In Situ)를 내년 1월18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한다.
19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아르코 예술창작실 작가전 ‘인 시투’(In Situ) 간담회에서 참석자가 작품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시 제목인 인 시투는 ‘본연의 장소, 현장에서’라는 뜻의 라틴어다. 작업실로부터 전시장까지 이어지는 작가들의 창작활동인 현장성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전시는 작가들의 작업 과정에 집중해 스튜디오 공간을 미술관으로 옮겨 재현하는 방식으로 기획했다.
올해 첫 사업인 ‘아르코 예술창작실’ 입주작가로는 다양한 지리적, 문화적 배경의 참여작가 10명이 선정됐다. 1기(6~9월)인 △손수민(한국) △윤향로(한국) △발터 토른베르크(핀란드) △부이 바오 트람(베트남) △유스케 타니나카(일본)을 비롯해 2기(10월~2026년 1월) △박정혜(한국) △서희(한국) △카타즈나 마주르(폴란드) △크리스티앙 슈바르츠(오스트리아) △우고 멘데스(모잠비크) 등 한국인 4명, 6명의 해외작가가 참여했다.
폴란드 출신 카타즈나 마수르 작가가 19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아르코 예술창작실 작가전 ‘인 시투’(In Situ) 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시는 창작실의 설립 취지와도 그 맥락을 함께한다. 단기 체류와 창작이 결합된 레지던시의 특성상 창작실은 완성된 결과를 보여준다기보다 머무름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장소로서, 작가들의 아카이브이자 사유의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전시장 1층에서는 1기 입주작가들의 작품이 먼저 관객을 만난다. 윤향로 작가는 집에서 아르코 예술창작실까지 걸어서 오가며 관찰한 풍경을 회화로 표현했다. 연작 ‘얕은 물’은 평창동에서 부암동으로 이어지는 물길과 산길에서 마주한 물의 표면을 담은 작품이다. 발터 토른베르크는 미술관으로 상징될 수 있는 제도와 권위를 비판하는 관객 참여형 작업을, 손수민은 피아노라는 악기를 매개로 한국 사회의 모습을 투영한 영상 3점을 선보인다.
발터 토른베르크는 “한국 어디를 가든 눈에 띄었던 게 소화기였다. 사용할 일이 없어야 좋지만, 또 불이 발생해야 쓰여지는 아이러니가 인상적이었다”며 “공공안내 같은 기관의 언어가 일상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재난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고 멘데스 작가가 19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아르코 예술창작실 작가전 ‘인 시투’(In Situ) 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모잠비크 출신 우고 멘데스는 나무 판화를 바탕으로 한 작업을 내놨다. 그는 모잠비크의 전통 공예를 현대적 재료와 기계적 과정으로 재해석했다. 한국을 방문해서는 민중미술을 찾아봤다고 했다. 우고 멘데스는 “한국과 모잠비크를 관통하는 공통된 과거를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한국은 일본, 모잠비크는 포르투갈 식민시대 서사를 공유하고 있다. 두 국가 모두 식민시대와 정부의 억압, 독재나 검열 속에서도 사람들이 어떻게 회복을 해왔고 오늘날까지 지속력 있게 존재해 왔는지를 다루고자 했다”고 작품의 의미를 밝혔다.
발터 토른베르크 작가가 19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아르코 예술창작실 작가전 ‘인 시투’(In Situ) 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크리스티앙 슈바르츠는 도시의 무선 통신 인프라가 만들어낸 도시의 풍경에 주목하고, 박정혜 작가는 시스템 내 존재하는 중의적인 사물들과 그것이 상징하는 것 사이의 관계를 탐색한다.
전시를 기획한 신보슬 예술창작실 프로그램 디렉터는 아트센터 나비,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의정부디지털아트페스티벌, 대안공간 루프 등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한신 관장은 “아르코 예술창작실 사업이 국내외 예술가들의 창작과 교류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하는 것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라고 밝혔다.
전시는 화~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입장료는 무료다. 전시 연계프로그램으로는 입주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에 대해 관객들과 이야기하는 ‘작가와의 대화’(11월21일)와 국내 레지던시의 현황과 미래를 레지던시 운영자의 시각으로 논의하는 라운드테이블(2026년 1월)이 진행될 예정이다.
아르코미술관 ‘인 시투’ 전시 전경(사진=아르코).
아르코미술관 ‘인 시투’ 전시 전경(사진=아르코).









